“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하러 온 한국비폭력대화센터 활동가들이에요. 저는 윤재영이에요. 여기 같이 참여하실 선생님은요.”
“저는 이영주예요. 경찰서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그렇게 반갑지는 않죠?”
“네 뭐... 쫌 그렇죠.”
“이름이... 재형이? 맞아요?”
“네.”
“이 회복적 대화모임은,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을 돕는 과정이에요.”
“아니 근데 우리는 가해자 피해자 뭐 그런 거 아닌데...”
“그렇군요. 자세한 얘기는 조금 이따가 잘 들어볼게요. 재형이랑 준석이랑 두 사람 다 이 대화모임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거죠?”
“아... 그거 경찰관 아저씨가 하라고 했어요. 이게 학교폭력 그거니까...”
“그렇군요. 그렇다면 재형이는 이 대화모임에 참여해 볼 마음이 있어요?”
“네 뭐 해볼게요.”
“그래요. 참여하겠다고 해준 거 고마워요. 그럼 우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볼까요?”
“어... 그니깐 준석이랑 저랑 둘이 공원에서 있는 걸 누가 지나가다가 보고 신고했어요.”
“준석이랑 재형이는 뭘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요. 우리 둘은 원래 친하거든요. 준석이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애들 중에 하나예요.”
“아 원래 친한 사이구나.”
“네. 그니까 지금도 다 화해하고 그래서 우리 둘 사이는 다시 친해졌으니까 문제없어요.”
“그런 거예요?”
“네. 근데 그 사람이 신고해 가지고... 괜히... 싸우는 것도 아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재형이랑 준석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
“네. 그때 저가 피가 좀 났어요. 준석이가 주먹으로 얼굴을 쳐가지고요. 근데 싸운 건 아니에요.”
“그랬구나. 싸운 건 아닌데, 준석이가 재형이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그래서 피가 났고, 그걸 본 지나가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한 거군요.”
“그렇죠. 좀 억울한 것도 있어요. 아 근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찍힐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요. 억울하군요. 걱정도 되고요. 그럼 공원에서 있었던 얘기 좀 해주세요. 왜 거기 있었어요? 두 사람만 있었던 거예요?”
“애들이요. 같이 노는 애들도 있었어요. 저는 2학년이고 1학년 애들도 있고요. 다른 애들이 저랑 준석이랑 힘 좀 겨뤄보라고 했어요. 그래가지고.... 싸우는 거였으면 남들 못 보는 지하주차장 같은 데서 했겠죠. 근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심판도 있었고요. 우리 둘만 있었던 게 아니고 다른 애들도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도 있었군요. 두 사람이 힘을 겨뤄서 누가 더 센지 알게 되는 게 중요했던 거예요?”
“좀 그런 게 있었어요. 준석이가 나보다 키도 크고 하니까... 애들이 자꾸만 나랑 준석이랑 붙으면 준석이가 이길 거라고 하고... 근데 준석이는 형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게 있거든요. 그 이 동네 형들도 그런데 저기 저쪽 동네 형들이요, 운동하고 싸움도 좀 하고 그런 형들이 준석이를 좀 귀여워하고 끼워주기도 하고요. 그런 게 있으니깐 나랑 한 번 붙어보라고.... 사실 저는 쫌 안 그러고 싶기도 했지만... 애들이 자꾸...”
“음... 그랬구나. 재형이는 좀 난처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애들이랑 같이 노는 게 중요하고 친구들이랑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어요?”
“어... 어... 맞아요. 되게 난처했어요. 그래서 가지 말까? 하고 생각도 했는데 애들이 그러면 더 얕잡아보고 나 무시하고 놀릴까 봐... 그런 거 싫거든요. 짜증 나요.”
“재형이는 공원에 안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 봐요.”
“네”
“그런데 존중받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거기 가기로 한 거였어요?”
“네. 내가 키 작고 근육도 별로 없고 힘도 없고 싸움도 못한다고 애들이 무시하고 놀리는 거 지긋지긋해요. 씨발.... 흑”
“...........”
“씨발 나 우는 거 아니에요. 아씨 왜 이러지... 나 운 거 준석이한테 얘기하면 안 돼요.”
“그럼요. 절대 얘기 안 해요. 안심해요.”
“같이 노래방도 가고, 힙합노래 들으면서 같이 춤도 추고... 그렇게 재미있게 지내거든요. 애들이랑. 그런데 한 두 명이 자꾸 나랑 준석이랑 비교하면서 결판을 내라고 하고... 나는 준석이가 나보다 어려도 그냥 친구로 잘 지내고 싶은데... 흑.... 씨발 새끼들이 자꾸만.... 흑....”
“......”
“그 새끼들 때문에 씨발 신고당하고 경찰서에 오고... 씨발 벌써 두 번째라고요.”
“재형이는 준석이랑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인데 그런 상황이 되니까 그것도 마음이 좋지 않고, 게다가 경찰에 신고당해서 학교폭력으로 경찰서에 드나들게 되니까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에요? 싸우지 않고도 친구들이랑 노래하고 춤추고 즐겁게 어울리는 게 중요해요?”
“씨발 몰라요 흑흑.....”
“........”
“........”
“재형이 지금 마음이 좀 어때요?”
“쪽팔려요.”
“울어서?”
“네. 소문나면 애들이 더 놀릴 거예요.”
“걱정되는구나? 놀림받는 거 힘들어요?”
“애들이 놀리면 짜증 나요. 내가 병신 같고.... 학교 가기도 싫고 애들이랑 어울리기도 싫어져요. 근데 나는 게임도 별로고 애들이랑 노는 게 제일 좋거든요.”
“친구들이 그런 재형이 마음을 좀 알아주고 존중해 주고 그러면 좋겠어요? 울거나 약한 모습도 수용받고?”
“음.... 우는 거는 말고... 근데 그럼 좋죠. 그게 될까요?”
“그러게요. 그게 될까? 준석이랑 한 번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어요?”
“아.... 아직은 용기가 안 나요.”
“준석이랑 만나는 거 떠올리니까 좀 불안해요?”
“불안하다기보다는... 또 힘겨루기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구나. 힘겨루기 안 하고 대화로 재형이의 솔직한 마음을 잘 전달하는 걸 선생님들이 도와주면 어떨 것 같아요?”
“어... 그러면 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치만 나 울었다는 거는 말하면 안 돼요.”
“그럼. 말 안 해요. 준석이한테 어떤 말 하고 싶어요?”
“음... 어.... 힘겨루기 하지 말자고요. 사실은 나는 그거 싫다고요. 나한테 반말하는 건 좋은데, 그래도 나 무시하지 말고 친구로 존중해 달라고요. 다른 애들이 싸우라고 부추겨도 결투 같은 거 하지 말자고요.”
“그래요. 그럼 준석이랑 만나서 그런 얘기 한 번 해봐요. 2시간 후쯤 여기서 만날까요? 시간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응. 그럼 이따 만나요. 이영주 선생님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저는 재형이가 용감하게 솔직한 마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안심이 되어요. 그리고 재형이 눈물도 반가워요. 억울하고 화나고 짜증 나는 감정을 꼭꼭 눌러 담지 않고 잘 흘려보내는 사람인 것 같아서요. 멋있는 사람이네요. 재형이 마음이 좀 후련하면 좋겠어요.”
“선생님 얘기 들으니까 재형이는 좀 어때요?”
“저 이렇게 우는 애 아니에요, 사실은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 울었어요. 왜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쫌 시원하기도 해요. 근데 선생님들 때문에 운 것 같아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래 경찰서에서 만나는 건... 다시는 하지 맙시다.”
“그래도 샘들 쫌 고마워요. 내 얘기 들어줘서요.”
202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