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다 gaydar”는 진짜 있을까?
IIT에서 열었던 <무지개 공감카페>에서 한 참여자가 궁금해하며 질문했어요.
"동성애자들끼리는 딱 보면 서로 아나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과거의 내가 떠올라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기 위해, 당당하게 드러내기 위해 어떤 상징들을 장신구로 착용하거나 소품으로 지니고 다니기도 해요. 대표적인 것이 여섯 색깔 무지개예요.
그런 소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속으로 반가워하며 내적 친밀감을 키우기도 하죠.
그렇다고 그런 소품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성소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냥 무지개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어느 상점에서 발견한 무지개 장신구가 마음에 쏙 들어 그 의미는 전혀 모른 채 구입했을 수도 있고요. 혹은 성소수자인 자신의 동료를 지지하는 의미로 착용할 수도 있고요.
예로 든 무지개 소품과 비슷해요.
'저 이는 분명 동성애자일 거야!'라고 추측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있_다고 여겨지_죠.) 외모나 태도, 옷차림, 머리모양 등등이요. 그런데 그건 그냥 어떤 단서들일뿐이고 나는 그 단서들로 추측하는 거예요. 그 추측은 그저 내가 하는 것이고 정작 당사자인 그이들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어요. 다양한 이유로 무지개 소품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요.
NVC적으로 접근해 볼까요?
NVC의 첫 번째 요소인 관찰만이 가능하죠. '저 이는 무지개 손수건을 가졌구나.' 여기까지는 뭐 관찰이니까요. '그러니까 저 이는 동성애자구나.' 이건 내 추측이고 꼬리표 붙이기예요. 누군가를 존재자체로, 있는 그대로 온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되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게이다 gaydar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 자신과는 상관없을 수 있는 꼬리표 붙이기를 하는 일일수도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gaydar를 작동시키지 않으려고요. 자동으로 작동해 그런 추측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도 그냥 '아 내가 지금 그런 추측을 하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조용히 담아두려고요. 그렇게 타인을 존중하고 온전히 수용하려고 해요.
제 얘기 들으니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