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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Feb 18. 2024

수원 영흥수목원

일기예보에 오늘은 비가 올 것이라고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다본 창밖으로  벌써  우산 쓴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가 걷는 날 목요일에는 일기예보가 좀 안 맞아도 괜찮은데..? 하지만 비의 양이 많지 않으리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의 행선지는 온실이니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


오늘은 수원의 영흥 수목원으로 간다.

한 달 전 수원 일월 수목원에 갔을 때 안내책자에 함께 소개되었던 수목원이어서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다. 2023년에 개원하였으니 아직 일 년도 채 안된 신생 수목원이다. 최근에는 서울 근교 도시에 이런 수목원과 온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우리는 겨울에도 갈 곳이 많아져서 그저 행복하기만 할 뿐이다.


수인분당선 전철 청명역 4번 출구에 모인 친구들은 모두  열두 명이다. 비 오는 날씨에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궂은 날씨에도 산책을 가나? 하는  가족들의 의문 섞인 시선을 뒤로 느끼면서도 집밖으로 나온 대단한 시니어들이다.


청명역이 멀기는 멀다. 나는 마을버스와 세 가지 전철(3호선, 신분당선, 수인분당선)까지 바꿔 타며 청명역에 도착하니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만나자마자 서울 시내에서 여기까지 온 친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일찍 집에서  나와서 얼마나 오래 걸려서 이곳에 왔는지를 무용담처럼 말한다. 그런데 분당에 사는 한 친구가 자기는 매주 ‘목은산’에 가려면 늘 그렇게 다닌다고(미안해요!)  한마디 하는 바람에 시내에서 오는 친구들이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문다. 어쨌든 분당, 판교, 영통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가까운 곳이라서 좋다면서 여럿이 왔다.


청명역에서 나와 영흥수목원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청명로를 따라가다 보니 청명육교  아래 우측으로 아파트 사이의 작은 길이 나오고 그 길이 끝나면서 영통로라는 큰길과 만나고 왼쪽으로 돌아서 영통로를 얼마 가지 않아서 곧 영흥숲길이다. 건너편에 숲도 보인다.

영흥숲길에 들어서니 저 멀리 영흥수목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비는 계속 내리지만 다행히 세찬비는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겨울날씨 답지 않게 고온현상을 보인다고 떠들썩하더니 오늘 날씨는 비도 오고 쌀쌀하다.


영흥수목원 방문자 센터에 들어가니 지난번 일월수목원에서 처럼 크고 넓은 로비에서 통유리창으로 수목원 전경이 환히 내다 보인다. 방문자센터 건물에서 나와서 수목원을  둘러보는데 넓은 잔디마당과 함께 주제별로 여러 가지로 아기자기하게 정원을 꾸며놓았는데 지금은 짚으로 덮여있거나 싸여 있지만 봄이 되어 여기에  꽃이 피고 잎이 자라면  아주 예쁘고 볼거리가 많은 정원이 될 것 같다.

비를 맞아 벤치가 젖었으니 앉지도 못하고 곧장 연못 앞의 온실 쪽으로 간다. 그런데 온실 건물이 독특하다. 커다란 유리상자를 삐딱하게 기울여서 한 귀퉁이를 반쯤 땅에  묻고 세워놓은 형상이다. 건축가의 발상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온실 안으로 들어간다.

온실 안에는 열대 밀림지대에라도 들어간 듯 키 큰 열대식물로 가득 차 있다. 동굴과 인공폭포도 있어 물소리가 시원하며 이름도 모르는 갖가지 나무와 꽃이 피어 있고 바나나, 파파야, 망고나무에는 열매까지 매달려 있어 보는 이들은 환성을 자아낸다. 온실이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내부 구성이 알차고 재미있다.


온실에서 나오니 온실 옆으로  불 켜진 줄장식등이 줄지어 나무숲 사이에  걸려 있는데 멀리서부터 보이길래  야외 카페 인가 하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두충나무숲이라는 팻말만 있고  작은 숲 나무 사이사이에 불이 켜져 있는 전구들만 매달려 있다. 왜 불이 켜져 있는지 궁금하지만 근처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온실 옆으로 난 언덕길에 올라 수목원의 전경도 감상하고 내려와 잔디마당의 곰돌이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출구 방향으로 나오려 하는데 정조효원이라는 곳에 정자가 두채 보인다. 둘 중에 조금 큰 덕화정이라는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해 쉬어 간다. 오후 한 시까지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하더니 시간 맞추려나보다.


봄이 되면 꼭 다시 한번 와 보고 옆에 연결되어 있는  영흥숲공원도 가보자고 몇 번씩이나 다짐을 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수목원을 나와서 식당을 찾아 영통역 쪽으로 가려는데 비는 진눈깨비로 바뀐다. 비 보다 눈이 낫다고 생각하고 걸으며 영통역 옆의 홈플러스 문 앞에 도착하니 이제는 완전히 함박눈으로  변한다.


이곳 식당가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라서 먹을 수 있으나 마침 샤부샤부집이 있어 그리로 직행한다. 비에 젖어 몸이 으슬으슬할 때는  따끈한 국물이  제격이니까.


샤브집 바로 옆에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코너도 있어서 멀리 나가지 않고도 한자리에서 후식까지 해결한다.


돌아올 때는 전철에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하며 타고 오니 그 먼 거리가  지루한 줄도 모른다.

오늘도 만천보 넘게 걸었다.


2024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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