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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11. 2023

고침단금

외로운 죽음을 애도하며

몇 년 전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

아름다웠고, 글을 썼고, 사진을 찍고, 신학을 공부했고, 남성이었고, 동성애자였고, 인권운동가였고, HIV 감염인이었고, 병원에서 혼자 마지막을 맞았던, 그런 친구의 부고였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은 예정된 것이었다.

응급실에 실려간 것도 몇 번이었고, 상황이 심각해져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몇 년 동안 왕래하지 않던 본가에서 지내게 된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고, 주변을 기록했다.

고향에 돌아간 뒤 우리는 문자로 통화로 가끔 연락을 했다.

나는 서울을 그리워할 그를 위해 제법 도회적인 선물들을 보냈다.

그를 아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가 고향 근처의 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을 전한 친구는 아마 이번이 그의 마지막 입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얼른 KTX를 예매했다.

다친 발가락이 아팠지만 그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다.

그는 바싹 마른 몸으로 나를 맞았다.

마스크를 쓰고 더 까맣게 더 마른 그와 별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 조금 울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와의 만남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결국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고에 친구들과 밤새 달려 화장장에 도착했다.

가족들의 결정으로 장례도 없이 그는 한 줌 재가 되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억울함에 가슴 한구석에 통증이 느껴졌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그를 추모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노래 [고침단금].

처음에는 노래를 부르기 어려웠다. 눈물이 흐르고 또 흘러서. 울면서 노래하고, 노래하면서 울고… 그렇게 나 홀로 그의 장례를 치렀다. 부디 그는 그가 믿었던 그 창조주 아버지의 품에서 평안하기를.


더 이상은 HIV 때문에 외롭게 죽음을 맞는 사람이 없기를.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낙인 때문에 스스로 목숨 끊지 않기를.

외롭게 스러져간 모든 목숨들에 바친다.


https://youtu.be/CpJqDlPy1sQ?si=atO68Ik42pynT7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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