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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12. 2023

수영 선생이 남자라는 것.

20160118

첫날부터 긴장했다. 지겹도록 겪은 성추행과 성폭력 때문에 남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나이가 들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수영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남성을 대하게 되니 또 예민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잔뜩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상한 짓을 조금이라도 해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간 더러운 기분으로 첫 시간을 보냈다. 자세를 교정하는 약간의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극히 '건조한' 이상한 의도를 알아채기 어려운 그런 행위였다.


나는 안도했다.


그렇지만 어제는 자유형 자세를 교정한다고 선생의 무릎과 몸통사이에 나를 고정하고는 이리저리 자세를 잡아주었다. 온몸은 뻣뻣하게 굳었고 공포가 밀려왔다. 익사의 공포.

그러나… 그건 그냥 수영수업의 일부였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어떨 때는 내가 미친년이 아닌가 싶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사람.


수영 선생이 남자라는 것… 나에게는 힘들고 조용한 투쟁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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