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6월의 산책코스
오늘은 항동의 철길과 푸른수목원을 걷기로 했다.
항동? 낯선 동네 이름이지만 구로구에 있다. 몇 년 전 이곳을 발견한 이후로 가끔 찾는 곳이다. 작년 여름에 푸른 수목원에 수국이 많이 피었던 것이 생각난다.
지하철 7 호선 천왕역에서 나와 북쪽 방향으로 걷다 보면 항동 철길과 만난다. 이 철로는 어느 화학회사에서 오류역에서 부천 쪽으로 자재와 생산품을 나를 때 사용하던 철길이라는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선로만 그대로 두어 경춘선이나 경의선 숲길처럼 운치 있는 산책길로 변모했다.
철길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왼편으로는 천왕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고 오른편에는 빌라와 아파트가 보인다. 이 철길을 10 분쯤 걸어가면 푸른수목원 후문과 만난다. 철길은 계속되지만 우리는 수목원 후문으로 들어간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온실이 나타난다. 그리고 침엽수원, 활엽수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푸른수목원은 서울시 제1호 공립수목원으로 2013 년에 개원했다고 한다. 아직 연륜이 길지는 않지만 주변에 천왕산을 비롯해 나지막이 개웅산, 원미산들이 보이고 그 가운데 항동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어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항동저수지와 생태습지원에는 군데군데 수련이 피어 있다. 저수지 옆길을 돌아서 천왕역에서 늦게 출발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정문옆 휴게소로 간다.
수목원은 일반 공원과 달리 피크닉 장소가 많지 않고 휴게소 주변에 목재 테이블에서만 식사하도록 되어 있다. 마침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빈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는 좀 이른 시간이지만 "떡 본 김에 제사?"라고 앉을자리 본 김에 점심부터 먼저 먹고 걷기로 한다. 식탁에 식탁보까지 덮고 가져온 음식들을 주섬주섬 내놓으니 또 잔칫상이다. 한 친구는 콩국수까지 해왔다고 한 컵 씩 돌린다. 그 열렬한 준비성이 놀랍기 그지없다.
점심 후에는 야생화원, 이름도 예쁜 오색정원, 수국정원, 계류원을 거닐다가 다시 철길로 해서 천왕역으로 돌아간다. 오늘도 고맙게 맑은 날씨가 우리를 도와줬다. 오늘은 주로 어슬렁 거리기만 한 것 같은데 집에 오니 만 이천보 넘게 걸었다.
2022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