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6월의 산책코스
5월 말의 장미원도 돌아보았으니 오늘은 초여름의 녹음을 찾아가 보자.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리니 지난번 수리 중이던 1번 출입구가 말짱히 정비되었다. 홈플러스 앞의 벤치는 없어졌고 그 대신 불광천 둑길에 벤치가 생겨서 먼저 온 친구들이 거기서 손짓한다. 오늘은 경기장 서쪽 난지천공원으로 먼저 가기로 한다.
월드컵 공원은 2002년 개장한 곳으로 다섯 개의 공원이 모여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하늘공원, 노을공원, 평화공원, 난지한강공원 그리고 난지천공원이다. 맨 처음에 억새밭으로 소문이 나서 가을 어느 날 찾아 나선 하늘공원에 올라 그 전망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쓰레기 산이었던 곳이 이렇게 멋진 공원이 되다니! 그 후로는 다섯 공원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돌아가며 찾아간다. 2년 전 여름에 걸었던 노을공원 둘레길에는 모감주꽃이 황홀하게 피었었다.
오늘 걷는 난지천 공원은 노을 공원 가기 전에 좁다란 난지천을 따라 형성된 숲길인데 푸르른 녹음이 좋다. 유아숲이란 곳을 지나면 오리 연못도 있고 잔디 광장도 있고, 난지천공원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편 길이 하늘공원을 돌아 한강변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한강변 쪽으로 가다가 다시 왼편에 보이는 하늘공원 자락길로 가려고 한다. 이 길이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명소란다. 죽죽 벋은 키 큰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드리워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이 길에 들어서서 감탄하며 얼마 걷지 않았을 때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소나기로 변했다. 때때로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가 그대로 맞았다. 그래도 비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운치 있다면서 좋아한다.
날이 좋아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니 천진난만한 아이들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쏟아지는 비속에서는 원래 계획했던 야외카페에서의 점심은 포기해야 한다. 할 수 없이 경기장 내 쇼핑몰 2층의 이태리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 식당에서도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가성비' 좋은 식당이라고 만족해하고 즐거워한다. 점심 끝나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에 소나기는 그치고 해가 나온다.
2022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