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3월의 산책코스
가까이 있었지만 모르고 지나다가 작년 봄 비로소 발견하고 감탄해서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길, 그래서 빨리 봄이 와서 개나리 필 때만 기다렸던 응봉산을 걸었다.
수십 년 동안 서울에 살았고, 차 타고 수없이 성수대교와 용비교를 지나갔고 봄에 운이 좋으면 개나리꽃으로 뒤덮인 응봉산을 멀리 바라보며 지나갔지만 그 산에 오를 생각은 못했었다. 그러다 코로나 시절에 멀리 못 가고 가까운 곳에서 꽃피는 산책길을 찾아보다가 쉽게 갈 수 있는 응봉산 개나리 동산을 발견하고 눈부시게 황금빛을 발하는 개나리 꽃동산에 올라가 감탄했다.
응봉산은 서울숲 남산길이라는 도심등산로(?) 초입에 있다. 서울숲에서 시작하여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 등 시내의 4개 산을 거쳐 남산에 이르는 길을 연결한 등산로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6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이 길을 완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임친구들한테 이 코스는 무리일 것 같고, 작년에 발견한 황홀한 개나리동산은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경의중앙선 응봉역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응봉산은 해발 81 미터 밖에 안되고 위에 언급된 다섯 산 중에서 제일 낮은 산이지만 강변에서부터 올라가야 하니 은근히 숨이 차다. 동네 주택가를 지나는 오르막길에는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왕벚꽃도 벌써 화사하게 피어 있다. 금방 정상에 이른다.
정자도 있는 정상에 서면 반짝이며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과 중랑천이 내려다 보이고 개나리로 뒤덮인 절벽이 발아래 있다.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아주 좋다. 요즘 이곳은 개나리동산으로 유명해져서 평일에도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야경명소로도 소문이 났다고 한다.
정상에서 금호 펌프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장관이다. 양쪽으로 개나리 밭이 펼쳐져서 황홀하고 눈이 부시다.
올해는 개화기가 빨라져서 응봉산 개나리축제를 일주일이나 앞 당겨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개나리 꽃잎 아래 나뭇잎들이 벌써 푸릇푸릇해졌다. 그렇지만 산 전체는 샛노랑의 절정이다. 왜 봄날의 개나리를 노래한 시인이 아직 없었을까?
갈림길에서 오른쪽 쭉 북쪽길로 가면 독서당길과 대현산 가는 길로 이어지고 곧장 내려가면 한강공원으로 통하는 금호나들목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응봉산정상을 정복?! 하고 눈부신 개나리도 실컷 감상했으니 이제 산을 내려가 금호나들목을 통해 한강변으로 나가서 강변산책길도 걸어 보며 계속 옥수역 쪽으로 간다. 점심은 옥수역 가까운 상가건물 안에서 찾은 설렁탕집에서 먹기로 했다. 오늘은 미국에 사는 한 친구가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와 친구들과 걸으며 반가워하며 우리 모두를 점심에 초대했고(고향 친구들이 대접해야 하는데..?), 옥수동에 사는 또 다른 친구는 자기 동네에 온 친구들 환영한다고 커피에 초대했다.
개나리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점심도 대접받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아닌가?
2023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