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7월의 산책코스
60년전 추억의 물놀이터를 찾아서
오늘은 안양유원지에 다녀왔다.
초등학교시절 여름방학마다 가서 물놀이하던곳이니 60 년만이다. 기억나는것은 계곡이 넓어 야외수영장처럼 고인물에서 놀았다는 것이다. 이미 7월말 팔월초에 대천이나 만리포 바닷가 해수욕장에 가서 모두 새카맣게 타서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팔월 마지막 개학직전 휴일을 그냥 보내게 하지 않고 그 여름 마지막 물놀이를 시키셨다. 나는 밀린 방학숙제 때문에 놀아도 맘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난다.
오늘 안양유원지를 찾게 된것은 지난주 왕송호수를 다녀오고서였다. 의왕역을 떠난 전철이 관악역을 지나는데 안내방송이 안양예술공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안양유원지와 계곡이 문득 떠올랐고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오늘은 옥수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용산역에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안양역에서 내려서 걸었다. 용산-안양 구간은 전철이 지상으로 달리므로 밖의 푸른 나무들을 보며 갈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 1번 국도를 달렸을 차의 창 밖으로 보이던 가로수길이 눈에 선하다.
안양역에서 관악역 방향으로가다가 안양천으로 들어서 삼막천과 삼성천이 만나는 곳에서 삼성천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개천은 산에 가까와지면서 점점 넓어지면서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날씨가 더우니 곳곳에 다리 밑에서는 어른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시키고 있다. 계곡의 물웅덩이가 넓어지니 중간중간 개울을 막아 자연수영장이 되어 어린아이들이 물놀이하며 즐거워하고 젊은 부모들이 옆에서 같이 즐거워한다.
60년전에도 이랬으리라. 다만 달라진 것은 그때 내 부모는 아이가 다섯이었으니 정말 복잡했을것이다. 지금은 한두명의 아이가 엄마 아빠랑 놀고 있다. 주변 풍경은 너무 달라졌다. 개천가 양 옆길에는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하고 안양천 부근에는 고층아파트들이 빽빽히 서있다. 너무나 달라지고 기대했던 풍경이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예전에도 있었을 벚나무길과 계곡의 넓고 시원한 바위들과 그위로 쉬임없이 관악산에서내려오는 개울물은 60년전과 같이 변치않고 흐를 것이기에 옛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억할수 있어 섭섭한 마음이 덜어졌다.
예술공원이라고 표지판이 서있는 마을버스 종점근처에서 점심으로 함흥냉면 한그릇 사먹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사들고 개울가 벤치에 앉아 쉬었다. 돌아올때는 관악역에서 전철을타려고 삼막천을 따라 내려오는데 범상치 않은 다리가 보였다. 만안교라고 오간수문처럼 일곱개의 홍예가 받치고 있는 다리였다. 정조가 사도세자릉에 참배갈때 건너던 다리였다는데 원래는 그때그때 임시다리를 설치하고 건넜다는데 나중에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건너라고 돌다리로 건설하였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유적까지 발견하고 역사공부까지 해서 만족한 하루였다. 골짜기 윗쪽 끝에 가면 서울대수목원이 있다는데 그곳까지 못가서 유감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2021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