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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an 05. 2025

대모산 자연공원

날씨가 12월 중순 겨울 날씨답게 쌀쌀해졌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강남구에 있는 대모산에 가 보려고 한다.

대모산이라면 7, 8년 전에 대모산 둘레길도 걸어보고 또 대모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헌인릉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동영상에서 대모산이 아주 달라졌다면서 대모산 도시자연공원(공식  명칭인 것 같은데 이름이 좀 길다는 느낌이다?)을 소개한다.


7년 전 대모산 둘레길을 걸을 때는 수서역에서 서울둘레길로 곧장 연결되는 길이 있어 그 길로 올라갔으나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 계단이 있어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쌍봉약수터, 돌탑전망대까지 갔으니 거의 정상에 올랐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시 자연공원이라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서 한번 가보기로 한다.


대모산 간다고 공지하니 7년 전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을 다행히? 잊었는지 그날 왔던 친구들이 다시 많이 모였다.

오늘은 지하철 3호선 일원역 5번 출구에 열세 명이 모인다.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광평로를 따라가다가 일원역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산이 보이는 일원로로 들어가 서울로봇고등학교를 향해 간다. 길 양 옆으로는 큰 아파트 단지가 한동안 이어지는데 평일 대낮이라서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고 보행자들도 적어 오래된 가로수길이 한적하여 걷기에 좋다.

대모산 둘레길이라는 이정표가 왼쪽으로 보여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 올라간다.

갈림길에서 불국사 방향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서울에도 불국사가? 하고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가보게 된다. 경주 불국사가 아니라 서울 불국사는 고려 말기 공민왕 때 세워졌으나  불국사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조선의 고종 때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 불국사는 대모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몇몇 친구는 힘들어서 못 올라가겠다고 중간에 앉아 쉬기로 하고 다른 친구들은 절 구경을 하러 좀 더 올라간다. 중심 법당은 약사여래를 모셨다고 약사전이라고 부르는 아담한 사찰이다. 약사전 아래 마당에는 수백 년은 된 것 같은 오래된 고목이 한그루가 서 있는데 그 옆에 사무실 같은 건물이 아주  바짝 붙어 있어 아무래도 고목나무를 보기가 괴롭다. 아무리 지대가 협소하다 해도 너무 답답해 보인다. 그래도 그 신령스러워 보이는 고목을 한번 안아 보겠다고 몇몇 친구들은 나무를 껴안고 여학생들처럼 사진도 찍는다.

불국사에서 내려오면서 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야생화 화원이라는 곳으로 내려간다. 이곳부터 대모산 도시자연공원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불국사 아래 대모산 북쪽 경사면으로 전에 이곳이 근처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텃밭을 가꾸던 곳으로 대모산이 많이 훼손되므로 강남구청이 매입하여 시민공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팻말에는 대모산 숲 속 야생화원 안내도도 그려져 있다. 때가 때인 만큼 오늘  야생화 화원은 황량하고 활엽수들도 단풍이 거의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들만 보이지만 늘 푸른 소나무 숲길도  있어 겨울 소나무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한 달 전 단풍철에 왔거나 봄철에 꽃필 때 오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 내년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고 점찍어 두고 일원역 쪽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일원역 근처에는 식당이 별로 없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수서역 쪽에는 식당이 많다고 말해서 일원역에서 수서역 방향으로 광평로를 따라 걸어서 간다. 광평로는 넓은 대로지만 달리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아 걸을 만하다.

마침 도중에 낙지집 한 곳을 발견했는데 모두 좋다고 하여 그리로 들어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길 건너 양지바른 산자락(광수산)에는 잘 정비된 무덤군이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드님 광평대군의 묘와 전주 이 씨 왕실 가족의 묘라고 한다. 어쩐지 무덤군의 규모가 남다르다 했다. 그래서 길 이름도 광평로가 되었구나! 낯선 동네에 와서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간다.


식당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듯 시설이 깔끔하고 종업원도 매우 친절하다. 음식도 맛있는데 게다가 한 친구가 자신이 너무 오래간만에 왔기 때문에 밥을 사겠다면서 식사도 끝내기 전에 벌써 결제를 해 버린다. 이런?!  이럴 때는 어떤 표현을 해야 하나? 그런데다 지난주에 생일을 지낸 친구가 오늘 생일 턱을 내겠다며 커피를 사겠다고 한다. 오늘은 목은산모임이 호강하는 날인가 보다. 그런데  식당 근처의 카페가 모두 만원이어서 우리들이 다 같이 앉을자리가 없다. 결국 수서역까지 더 걸어간다.


수서역은 7년 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지고 복잡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3호선, 수인분당선이 교차하는 곳인데 그동안에 SRT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역도 생겼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밤고개로라는 넓은 차도에도 차량이 어찌나 많은지 그저  어리둥절한 뿐이다. 그렇게 번잡한 가운데에서도  눈 밝은? 우리 친구들은 얼른 유명 카페 하나를 발견하여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미국에 손주들 보러 갔다 두 달 만에 돌아와 참가한 친구도 있어 오랜만에 나온 친구들의 지난 이야기를 듣느라고 이래저래 헤어지는 시간이 평소보다  늦춰졌다.


오늘 산길은 많이 안 걸었어도  걸음 수는 만 삼천 보가 넘었다.

생각 없이 대모산에 갔다가 집에 와서 뒤늦게 찾아보니 대모산의 옛 이름이 할미산이었다는데 조선시대에 대모산 남쪽에 태종의 헌릉이 조성된 후에 어명에 의해 한자로 바뀌어 大母山이 되었다고 한다. 이 할미산이 그 후 600년이 지난 후 21세기의 할미들이 산책하며 걷기 좋은 대모산이 될 줄을 그 당시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4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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