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니 슬슬 온실 탐방을 시작해야겠나 보다.
서울과 주변에 대형온실이 많지 않을 때인 6년 전에 마곡에 새로 서울식물원이 생기고 큰 온실도 지어진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정식 개장도 하기 전 임시 개장 시기에 맞추어 발 빠르게 다녀간 적이 있다. 그 이후 매년 겨울이 되면 연중행사처럼 서울식물원에 찾아와서 따뜻한 온실에서 아열대숲과 꽃밭 사이를 걸었다.
그런데 그동안에 수도권 다른 곳에 경쟁적으로 여러 수목원들이 개장한 덕분에 그곳에 가 보느라고 작년 겨울에는 서울식물원을 건너뛴 것 같다. 그러니까 작년 5월 작약꽃이 한창 피었을 때 와보고 일 년 반 만에 서울식물원에 오는 것 같다. 벌써 일 년도 더 지나갔네?
공항철도와 9호선 전철이 정차하는 마곡나루역 3번 출구에 일곱 명이 모였다. 어제가 크리스마스여서 성탄모임하느라고 피곤했나 보다. 날씨도 쌀쌀하고 바람이 차기도 해서인지 오늘은 출석률이 저조한 편이다.
마곡나루역에서 나오면 곧 LG 아트센터가 보이는데 오래 동안 공사 중이던 아트센터 건물은 이제 말끔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 앞으로 서울식물원의 열린 숲 야외정원이 펼쳐진다. 열린 숲 주변에 못 보던 건물들이 그 사이에 많이 세워졌다.
열린 숲은 작년 봄에 왔을 때 다채로운 꽃과 푸른 잔디밭과 푸른 나무, 그리고 어린이들로 보기 좋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오늘은 꽃도 나무도 아이들도 보이지 않으니 풍경이 좀 을씨년스럽다. 봄, 여름,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에 공원을 걷는 산책객을 생각해서 늘 푸른 나무가 늘어선 가로수 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으로 이어지는 호수원 주변 풍경도 마찬가지다.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 아래 드문드문 억새꽃만 하얗게 바람에 나부낀다. 무채색 풍경화다.
원래 계획은 호수원을 따라 습지원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한강변에 이르니 그곳까지 갔다가 되돌아 올 생각이었으나 가는 길 주변 풍경이 쓸쓸하고 게다가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매우 차니 찬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까 염려되어 양천로가 통과하는 다리 아래서 되돌아서 온실로 향한다.
역시 온실에서는 싱싱한 푸른색과 꽃을 볼 수 있어서 생기가 난다. 특히 겨울에는 따뜻하고.
정성껏 가꾼 아열대식물과 지중해 부근의 화초와 나무들을 감상하며 바깥의 추위를 잊고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 온실이 좀 더 넓고 우리가 걷는 따뜻한 산책길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은근히 생긴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어린 학생들이나 가족모임은 보이지 않고 중년 이상 또래들의 그룹만 보이고 붐비지 않아서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요즘 연말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그런 분위기를 나타내면서 계절감각에 맞는 이벤트성 장식물이 더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축제 분위기도 더 북돋을 수 있을 텐데 어수선한 시국 때문에 자제했다고 생각해야 하나?
스카이 워크에도 올라가서 대형 바나나 나무 위에 올라간 듯한 기분도 한번 느껴보고 온실에서 나온다.
오늘 점심은 온실 4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한다. 전망도 좋고 값도 적당한 식당이어서 우리가 좋아하는 곳이다. 점심은 각자 키오스크에서 식성대로 주문해서 먹지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나온 Y가 친구들을 위해 피자를 따로 주문한다. 바로 옆에는 전망 좋은 카페도 있어 옆 식당에서 식사한 손님들에게는 커피값도 할인해 준다나! (원래 커피 값도 싼데)
오늘은 인원이 적으니 오붓하게 둘러앉아서 맘껏 수다를 떨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내려와서 이번에는 주제원 정원으로 들어간다. 지난봄 화려했던 꽃밭은 쓸쓸하기만 하여 곧장 정문 쪽 출구로 간다. 출구 바로 앞에 모처럼 색깔 있는 알록달록한 모형 시티투어버스가 서있다. 장난기 발동한 흰머리 소녀들은 버스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한다. (집에서 모임사진을 기다리던 S는 이 사진으로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 친구들의 즐거움을 두배로 만들어준다!)
다시 마곡나루역까지 가서 헤어진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많은 여행객들과 그들의 짐가방과 함께 공항철도를 타고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마지막 겨울여행을 마친다.
새해에는 세상에 참 평화가 오기를!!!
오늘도 만천 보 넘게 걸었다.
2024년 1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