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산자락 숲길

by 지현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떠나보내고 2025년 새해의 두 번째 날을 맞았다. 새해에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건강하고 기쁜 날들이 많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 새해 첫 모임은 서울의 중심 남산에서 시작해 보기로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고 애국가의 가사에서도 나오지만 남산에는 항상 늘 푸른 소나무 숲이 지키고 서 있어 한 겨울에도 푸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6호선 버티고개역 3번 출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도 남산자락 숲길로 진입할 수 있다.

남산자락숲길은 성동구 왕십리 쪽의 무학봉에서 출발하여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까지 이르는 무장애숲길로 작년에 개통한 길이다.

목은산 모임은 작년 여름에 완성된 매봉산, 금호산 구간을 이미 걸었고 이번에는 지난 연말에 완성되어 개통한 약수동 뒷산의 나머지 구간을 걷기로 한다.


버티고개역에 열다섯 명이나 모였다.

어제는 정월 초하루여서 집에서 신정 차례 지내고 세배도 받으며 가족모임으로 바쁘고 피곤했을 할머니들이지만 오늘 친구들의 신년 모임에도 빠질 수 없었나 보다.

버티고개역에서 나와 남산을 마주 보며 직진하니 남산자락숲길이라고 크게 쓴 팻말이 보인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 계단을 오르면 다산로의 큰 차도를 가로지르는 생태통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매봉, 무학봉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남산 방향이다.

무학봉 방향은 지난여름에 걸었으니 오늘은 남산 방향으로 새로 난 길로 걷는다. 장충단로와 약수동 사이 언덕에 산책길이 본래 있었으나 약간 가파른 오르막 흙길이어서 발밑의 땅만 내려다보며 걷던 길이었다. 그러나 오늘 걷는 새 길은 데크로 된 무장애길이어서 왼편으로 남산도 바라보며 주변 경치도 감상하며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장충단고개 옆을 지나는 이 산길은 활엽수들을 비롯하여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이 무장애길을 계속 직진하여 걸으면 길은 한양도성길과 연결되어 장충체육관이 있는 동대입구역으로 갈 수도 있고 왼쪽 길로 가면 남산공원을 만나게 된다. 오늘은 왼편으로 돌아 반얀트리 호텔 앞을 지나 국립극장을 향해 간다.

장충단로를 건너고 국립극장 뒤편으로 올라가서 남산의 북측 순환산책로로 들어선다. 이 길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와서 걷는 길이지만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길이다. 아직도 적갈색 단풍잎을 떨구지 않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고 배경에는 소나무들이 “철갑”처럼 둘러싸고 있어 겨울숲길의 쓸쓸함과 지루함을 덜어준다.


오늘은 자주 다니던 남산 한옥 마을로 내려가 충무로역으로 가지 않고 북측순환로를 좀 더 걸어가서 와룡묘와 목멱산방을 지나고 남산공원길 입구까지 나가서 케이블카 주차장 앞의 소파로를 따라 내려간다. 소파로도 오래된 길로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많이 다녀 본 서울의 옛길 중 하나다. 예전에는 이 길에 KBS 방송국이 있어서 한 친구는 중고등학생 때 어린이방송극 성우도 한 적이 있었다고 했고, 또 드라마센터에서는 대학생 때 연극도 했었다고 옛날이야기를 하며 내려간다. 하도 오래전 일이고 지금은 부근이 너무 많이 변해서 그때의 길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그 시절의 이야기는 아직도 남아있다.


소파길을 다 내려가니 건너편에 세종호텔이 보이고 곧 명동역이 나온다. 큰길로 내려가기 전 오른편에 전에 못 보던 공원 같은 녹지대가 보이는데 얼마 전에 개장했고 기억의 터가 있다는 예장공원인가 보다. 기회가 되면 이곳에도 한 번 와봐야겠다.

명동역 바로 앞 충무로 쪽에 우리가 가려는 뷔페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호텔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어 있어 혹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으나 대중적이고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가끔 이용할 만한 식당이다.

단체로 예약을 했더니 우리를 위해 따로 독립된 방도 마련해 주었다.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게 잘 걸어 보자고 다짐하고 건배하며 모두 만족하게 신년모임을 마친다.


오늘도 14000보 이상 걸었다.


2025년 1월 2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