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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by 지현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잦은 변덕스러운 봄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예보에 있던 비소식에 남부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진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했으나 비의 양이 부족하다고 하여 안타깝다. 서울에는 이미 아침에 비가 그치고 뿌옇게 흐린 하늘만 보인다.

오늘 걸을 곳은 올림픽공원이다. 올림픽 공원은 우리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는 곳이지만 작년 가을에 가 보고 지난 겨울에는 그냥 지나갔다. 지난 주에 청계천 매화가 아직 만개하지 않아서 조바심을 했는데 올림픽공원에는 산수유 꽃이 피었다고 한 친구가 소식을 전해준다.

5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열 네명이 모였다. 행선지에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왠지 모르지만 평탄하고 쉬운 길이라고 생각되는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올림픽 아파트에 사는 한 친구도 깜짝 등장을 하였다.

오늘은 우리가 자주 꽃을 보러 가던 장미원이나 들꽃마루 방향으로 가지 않고 역 앞의 한얼광장에서 반대 방향인 오른 편으로 성내천 쪽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88 호수가 나타나고 정자 하나를 지나니 노랗게 꽃이 핀 산수유 나무들이 서 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백제시대의 몽촌토성 위로 올라가서 걸어보기로 한다. 따가운 햇볕이 두려운 날씨라면 그늘이 적은 토성길에 오르기를 주저하겠지만 오늘은 날씨는 흐리지만 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다.

구릉 같이 완만히 올라가는 토성길 옆으로 펼쳐진 누런 잔디밭 위에는 올림픽 공원의 명물인 나홀로 나무와 500년 이상된 아직 앙상한 모습의 은행나무가 서 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는 몽촌호와 성내천이 흐르는데 그 옆으로 꽃이 만발한 산수유 길이 이어진다.

몽촌토성의 제일 높은 곳은 망월봉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가기 전에 왼쪽으로 석비를 갖춘 묘역이 있어 가까이 가 보니 조선시대 숙종때의 우의정을 지냈던 충헌공 김구 묘라고 한다. 효창공원에 모셔진 근현대사의 김구 선생과 성함이 같아 잠시 멈칫한다.

근처에는 개나리꽃이 만발하여 무리를 이루고 있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88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지 어느덧 사십 년이 되어가는 올림픽공원은 성내천의 냇물과 몽촌호수, 몽촌토성의 언덕과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함께 어울려 이제 도심의 허파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만한 토성 넘어로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롯데타워도 올림픽공원의 몽촌토성이 그려내는 풍경화의 멋진 배경이 되고 있다.

몽촌토성길을 한 바퀴 돌고 주요 경기장들이 둘러 싼 한얼광장으로 다시 내려 오니 어느덧 점심 때가 된다.

광장으로 가는 길 옆에는 목련꽃도 활짝 피고 있다. 백목련은 날씨가 맑아야 파란 하늘과 어울려 우아한 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일텐데 오늘은 흐린 날씨 때문에 그 우아하게 흰 꽃이 빛을 발하지 못해서 유감이다.

광장에서 역으로 가는 길 옆에는 식당이 한 두 군데 있고 카페도 있어서 올림픽공원에서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우리는 불고기집이라는 한식당과 그 옆의 카페에서 점심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산수유, 개나리, 목련 꽃(나중에 앨범에 오른 사진을 보니 어떤 친구가 찍은 명자나무꽃도 있었네?)으로 봄맞이 하면서 꽃구경에 취해서 많이 못 걸었나보다.

만 보 겨우 채웠다.


2025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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