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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 진달래 동산

by 지현

아침 마다 듣고 있는 라디오 방송에서 오늘은 일본의 여성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벚꽃”이라는 시를 인용하는 데 그 첫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한 평생 몇번이나 벚꽃을 볼까요?.. .”

과연 나는 이제 앞으로 몇번의 봄꽃 타령을 더 할수 있을까?

아무리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해도 요즘 자주 다니게 되는 병원에서 내어주는 약 처방전의 제일 꼭대기에서 눈에 띠는 내 나이를 보면 한 순간 멈칫하게 된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어쨌든 오늘은 평생에 두번 째 가 보는 원미산의 진달래동산을 향해 집을 나선다. 6년 전 봄에 소문을 듣고 처음으로 가 보았던 곳이다. 그때 이 진달래동산을 거닐며 감탄했었고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 아파트의 담장과 축대에는 개나리가 만발하여 눈부시게 피어 있다. 그래, 나는 오늘 살아서 개나리 꽃을 한번 더 보고 있고 진달래꽃도 보러 갈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2번출구에 일곱 명이 모인다. 원미산이라고 산 이름이 붙어서 높은 산인 줄 알고 다른 친구들은 겁이 좀 났나보다.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다는 친구가 있더니 지난 주 올림공원에 갈 때보다 인원수가 반으로 줄었다.

역에 내리니 대합실 뿐만 아니라 진달래 동산으로 향하는 길에 평일인데도 인파가 대단하다. 진달래동산은 13년전에 조성되었다는데 그 동안에 수도권의 봄꽃 명소가 된 것 같다. 부천 종합운동장 옆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곧 온산이 분홍빛으로 물든 진달래동산이 나타난다.

진달래동산 입구에는 “고향의 봄 동산"이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는데 거기에는 복숭아꽃, 살구꽃과 함께 진달래꽃 사진도 실려 있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많이 피는 곳을 고향으로 가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이곳으로 모여들게 하는 꽃동산인가 보다.

수 만 그루의 진달래로 가득찬 원미산 산자락이 마침 만개하여 분홍빛이 절정을 이루어 황홀하기 그지 없다. 아름다운 진달래 꽃밭 사이사이에 난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고 다투어 사진을 찍느라고 길은 정체되고 서로 부딪힐 정도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가는 산책길에서 비켜나서 좀 덜 붐비는 샛길을 택하여 능선을 향한다. 그러나 이 길은 약간 비탈진 산길이어서 발 밑을 잘 살피고 조심해야 하는 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서 가던 한 친구가 아이쿠! 하더니 갑자기 앞으로 엎어진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친구들 앞에서 그 친구는 금방 일어서더니 진달래에 취해서 한눈을 팔았다고 하며 웃으면서 다른 친구들을 안심시킨다.

뒤에 가던 친구들이 한 순간 놀라서 멈췄다가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아 안도하며 많이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계속 걸어 올라간다.

진달래밭이 거의 끝나고 원미정이 있는 능선까지 가다가 우리는 능선 아래로 하산 한다. 하산하는 길은 종합 운동장의 동쪽 산길로 이길은 임도인듯 계단도 없고 비교적 넓고 완만한 길이다. 진달래는 이제 더이상 보이지 않고 곧 잎이 피기를 기다리는 활엽수들만 울창하다.

산길을 다 내려 오니 길주로라는 넓은 대로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부천종합운동장역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까치울역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서 6년 전에 진달래동산에 왔다가 갔었던 식당을 찾아간다.

까치울역 쪽으로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식당들이 늘어선 골짜기길이 나온다. 이 골짜기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니 전에 왔던 메밀국수 집이 보인다. 메밀국수 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도 있어 모두 점심을 만족하게 먹었는데 식당 윗층에는 따로 휴게실이 있어 음료를 무료로 서비스한다고 하니 모두 입을 모아 환호성을 올린다. 게다가 이 식당은 골짜기의 마지막에다 산자락과 인접하고 있어 전망도 아주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돌아오는 전철은 까치울역에서 탔다.

오늘은 11000보 정도 걸었다.


2025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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