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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천 벚꽃길

by 지현

벚꽃이 예년에 비해 올해는 일주일이나 늦게 피고 있다.

지난 주말 미리 잡아 두었던 벚꽃 축제 기간에 꽃이 충분히 피지 않았다고 인터넷 뉴스에 오른다. 변덕스러운 봄날씨에 축제 날짜를 잡아야하는 지방자치 기관에서 고충이 많겠다. 꽃이 제 때에 피어주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축제날 비가 내리거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벚꽃이 만개하리라는 예보도 있고 다행히 날씨도 좋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여의천으로 벚꽃나들이를 가려고 한다. 작년에는 하남의 덕풍천으로 벚꽃 구경을 갔었지, 생각하며 찾아 보니 4월 4일이어서 작년보다 올해는 일주일 정도 늦은 셈이다.

여의천은 청계산 계곡에서부터 흘러 내려와서 양재시민의 숲 옆으로 해서 양재천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역에 열세 명이 모였다.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여의천변 양옆으로 벚꽃길이 환하게 펼쳐진다.

여의천에서 북쪽으로 양재역 쪽으로 벋은 둑길은 벚꽃 터널을 이루어 꽃터널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예상한 대로 벚꽃은 만개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다. 모두들 올해는 때를 잘 맞추어 왔다고 즐거워 하며 화사한 벚꽃 그늘 아래를 걸어간다.

여의천을 따라가다 보면 흰색의 아치형 다리 (여의 1교)를 만나는데 건너편의 벚꽃길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다리 위에서 보면 청계산을 향해 죽 벋은 여의천 벛꽃길이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다투어 사진을 찍는다.

이 다리를 건너면 양재시민의 숲공원으로 들어갈수 있다. 양재시민의숲도 꽤 넓은 공원이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다리를 건너서 공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 앞으로 난 여의천 둑길, 조금 전 우리가 걸어온 길의 건너편길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청계산을 바라보며 간다.

벚꽃길이 끝날 때 쯤이면 왼편으로 양재 꽃시장이 보이고 양재 인터체인지가 나타난다. 여기서는 둑길의 아래로 내려가서 하천변으로 걷는다. 양재 인터체인지의 몇개의 다리 밑을 지나고 나면 곧 시골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길은 넓지도 않은데다 옆으로 자전거길이 나란히 가고 있어 뒤에서 소리없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자전거들이 상당히 위협적이다. 따르릉 소리를 내며 신호를 해주면 제때에 길을 비켜줄수도 있을텐데, 반대로 자전거 운전자들은 우리가 너무 천천히 걸어 가니 자신들이 가는 길을 방해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

어쨌든 내곡동에 들어서니 다시 벚꽃길이 보이는데 이곳 벚꽃은 심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그 대신 개나리가 만발하였다.

여의천은 점점 더 좁아지면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세차고 시원하게 들린다. 이제 걷는 사람들도 적어져서 길이 조용해진다.

내곡동의 아파트 단지도 지나고 개울 옆 보행자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오른 편의 신원동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전에도 몇번 와 보았던 식당을 찾아간다. 이 식당은 청계산 근처의 유명한 맛집이어서 전에도 그랬지만 3,40분을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앞마당의 벤치에 앉아서 맞은 편의 산 경치도 감상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으니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실내에 들어가서는 시장했던 차에 푸짐한 보쌈에다 국수와 죽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후식으로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를 들고 다시 마당으로 나와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끝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청계산입구 역에서 헤어진다. 몇 사람은 지하철역으로 가고 다른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간다. 이곳은 시내에서 가까우면서도 전원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청계산에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아주 걷기 좋아진 산책지이다.

최근에는 근처에 청계산 수변공원이 조성된다고 공사중이었는데 공사가 마무리되었는지 여기도 다시 한번 와 보아야겠다.

오늘은 벚꽃길 포함해서 만 천보 이상 걸었다.


2025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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