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과천 서울대공원 벚꽃길

by 지현

올해의 봄 날씨는 정말 이상하다. 며칠 전 만해도 겨울 날씨 같이 춥고 진눈깨비까지 내리더니 오늘은 마치 여름 날씨 같이 덥다.


올해는 겨울의 ‘삼한사온’ 주기가 봄으로 밀려갔나 보다 했더니 라니씨의 딸이 하는 말,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열’이에요”라고 대꾸한다.

아직 4월 중순이건만 거리에서는 벌써 반팔 옷차림의 행인들이 땀을 닦으며 지나가는 광경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간다.


지난주 여의천에서 절정기의 벚꽃을 충분히 감상하고 왔지만, 혹시 오늘 대공원에서도 벚꽃을 한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4호선 대공원역 3번 출구에서 열두 명이 모였다.

날씨가 맑거나 화창하지는 않고 약간 흐린 듯 하지만 걷기에는 좋은 날씨다.

대공원의 만남의 광장에서 오늘은 왼편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로 향한다. 이 길이 유명한 벚꽃길인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활짝 핀 벚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화사한 벚꽃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오랜 연륜을 자랑하며 줄줄이 늘어선 굵은 벚나무들 바로 밑에 전에 못 보던 데크길을 만들어 놓아 우리는 운치 있는 벚꽃 그늘 아래로 걸어갈 수 있다.

벚꽃길은 계속 이어져서 대공원 호수 위 다리를 건너서 왼쪽에 있는 놀이공원 입구와 미술관 입구 그리고 동물원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우리는 대 동물원 건너편 호숫가에 있는 어린이 동물원 및 테마 가든으로 간다.

가는 길 위에는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진 벚꽃 잎이 눈 같이 길을 덮어서 걷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테마 가든은 5월에 장미축제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옆에 어린이 동물원이 있어서인지 오늘도 어린이 관람객이 많다. 많은 유치원 생들이 교사들을 따라 줄지어 다니거나 벚나무 아래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 짝이 없다.


이 정원에는 장미 외에도 지금 한 창인 벚꽃과 다양한 꽃나무들이 피어 있고 머지않아 모란꽃과 작약꽃이 차례로 피면 더욱 아름다운 꽃동산이 될 것이다.


호숫가에서 좀 떨어진 곳 벤치에 자리를 잡고(호숫가에는 이미 빈자리가 없다) 간식 시간을 갖고 쉬어 가기로 한다. 장미의 계절에 오면 이곳에서는 앉을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오늘은 다행히 빈자리가 있다.


잠시 쉰 후에는 호숫가로 내려가서 물가를 걸으면서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감상한다. 그리고 테마 가든에서 나와서는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가서 만남의 광장 쪽으로 가는데 도중에 스카이리프트 매표소를 지난다.

오늘은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하여 대공원 호수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 셈이다.


산책 후에는 오늘도 역 근처에 있는 우리의 방앗간?인 할매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한다.

날씨가 더워져서 인지 대부분의 손님들이 야외 식탁에 앉은 덕에 우리는 실내에 들어가 앉을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미쳐 선풍기가 준비되지 않은 실내는 꽤 덥다. 게다가 식탁에서 끓여 먹어야 하는 메뉴 밖에 안 남았단다. 좋아하는 부추전과 함께 땀을 흘려가면서라도 끓는 동태탕과 김치찌개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모두 맛있게 먹으며 만족스러워한다.


식사 후에는 다시 공원 입구 쪽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후식 시간을 갖고 마무리한다.

오늘은 나이듦과의 전쟁에서 돌아온 부상병(무릎, 허리, 다리, 손목골절상 등) 친구들이 몇이 있어 조금만 걷자고 하여 테마 가든까지만 (동물원 둘레길까지는 못 가고) 다녀온 것인데 그래도 집에 와 보니 만 삼천 보를 더 걸었다.


과천 대공원에서는 벚꽃이 서울의 다른 곳보다 늦게까지 피어 있어 올해는 만개한 벚꽃을 두 주일이나 연달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집에서 사진을 본 혜화동 사는 한 친구는 창경궁 봄꽃은 이미 다 졌는데 남쪽 대공원의 아직도 환한 꽃을 보며 눈호강 하고 있다고 있다고 댓글을 올렸다.


2025년 4월 17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의천 벚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