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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서울식물원

by 지현

봄꽃 구경은 진달래와 벚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터넷 뉴스에서는 마곡 서울식물원에 십만 송이가 넘는 튤립꽃이 피었다고 화려한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다.

안 보고 지나갈 수 없지?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마곡나루역에서 일곱 명이 모였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서울식물원 광장에 올라서니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다. 날씨도 화창하고.


서울식물원에는 7년 전에 처음 개장할 때부터 와 보고 그 이후에 자주 오는 곳이다. 주로 겨울에 따뜻한 온실을 여러 번 찾아왔지만 튤립이 피었다는 소식은 올봄이 처음이다.

광장 주변으로는 그 사이에 공사장 여러 곳의 가림막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번쩍거리는 신도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입구 화단에 아담하게 심겨 있는 꽃잔디가 우리에게 화사하게 환영인사를 하는 것 같다.

두 달 전에 왔을 때만 해도 황량했던 열린 숲길의 나무들이 이제는 푸릇푸릇한 새잎이 돋아나 봄을 실감케 한다.


오늘은 튤립이 피어 있다는 왼편 호수가로 먼저 간다.

과연 호숫가 산책로 주변에는 멀리서 보아도 색색가지의 튤립이 그득하게 피어 있다. 품종이 다양한지 색깔뿐만 아니라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호수를 반바퀴를 돌며 튤립을 감상하고 습지원 가는 길이 보이는 곳 고가 다리 밑에서 되돌아 호수원 건너편으로 간다. 이쪽 편에도 튤립이 많이 피어 있는데 여기는 물가에 새잎이 난 큰 나무들도 많고 잔디밭이 넓어 이들이 모두 어울려 호수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이곳 호숫가에는 튤립뿐만 아니라 철쭉이나 수선화, 라일락도 줄줄이 피어 있다.


어떤 친구가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마치 외국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문득 50년 전 유럽에서 처음 본 튤립 공원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 후진국인 한국에서 온 유학생 라니씨는 독일의 보덴제 호숫가 마이나우 섬에서 그렇게 황홀한 튤립 동산을 난생처음 보고 감탄하며 가족을 고향에 두고 와서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제 50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멀리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그것도 가까운 서울에서 선진국에서 보던 것 같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떨칠 수 없다. 어떤 노인들이 지나가며 말하는 것이 들린다, “튤립은 비싼 꽃인데..”라고.


호수원을 한 바퀴 돌고 주제원 정원으로 들어간다. 주제원 정원은 원래 유료 입장이지만 우리는 경로 혜택을 받아 무료입장권을 받아 들고 감사한 마음으로 입장한다. (노인이 살기에 참 좋은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주제원 정원 안은 그야말로 꽃동산이다. 갖가지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피어 있고 제각기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읽기도 어렵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꽃 이름들이 많다. 읽어도 이름을 금방 잊어버리는 꽃 꽃 꽃..

주제원 정원의 한 옆에는 온실도 있으나 온실에는 지난겨울에 다녀갔으니 오늘은 그냥 지나가기로 하고 온실 건물 4층에 있는 푸드 코트로 곧장 올라간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메뉴를 값싸게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푸드 코트 옆에는 전망 좋은 카페도 있다. 식물원 전경과 궁산, 마곡동 일대가 멀리까지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일품이어서 호강하는 기분이다.


식사 후에 친구들은 카페에 둘러앉아 휴대폰 사진으로 애니메이션 만드는 프로그램을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워가며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어느덧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온실의 옥상에 있는 옥상정원에까지 올라가서 야생화들과 주변경치도 둘러보고 다시 주제원 정원을 통과해서 걸어 나와 지하철역으로 간다.

오늘은 12000보 정도 걸은 것 같다.


2025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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