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부천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연초에는 따뜻한 온실에 가느라고 부천자연생태공원에 다녀왔고, 봄에는 원미산 진달래 동산에서 봄맞이를 하고 왔는데, 오늘은 도당산에 장미가 만개했다고 하니 안 가볼수가 없다. 그것도 백만송이? 장미가 피었다고 한다. 부천에는 가 볼 곳이 많구나!
지하철 7호선 석남방면 춘의역 7번출구에서 아홉 명이 모였다.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보이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 백만송이 장미원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몇 정거장 되는 것 같지 않아 우리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한다. 부천로 라는 큰길을 따라 두 블럭쯤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벚꽃동산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이곳이 봄이면 벚꽃으로도 유명한 곳인가보다 하며 골목길을 올라가니 금방 숲길 입구에 벚꽃동산 문화마당 이라고 안내판이 서 있고 예술적인 조각작품들과 야외무대도 설치되어 있다. 숲에는 아주 굵고 오래된 벚나무들이 많이 늘어서 있다. 내년 봄 벚꽃구경은 여기로 와서 해야지, 생각하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넓은 잔디마당이 펼쳐져 있고 그 앞에는 부천 천문과학관이 서 있다. 광장 같은 잔디마당 둘레를 돌아가는 길이 있어 따라가 보니 부천 시내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 있다. 벤치도 있고 때맞춰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니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모두 벤치에 주저 앉는다. 이곳이 춘의산 정상 부근 인듯 우리가 꽤 높이 올라와서 내려다 보는 전망이 아름답다. 밤에 이곳에서 보는 별들도 아름다울 것같다.
천문과학관에서 내려와 이정표를 따라서 도당산 백만송이 장미원으로 가는 숲길은 산길이지만 험하지 않고 아주 편안하고 좋은 길이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역에서 출발한지 거의 한 시간 쯤 걸려서 도당 장미원에 도착한다. 여기 도당산의 북쪽 기슭 산비탈에 십오만 그루의 장미를 심어서 그 장미꽃이 모두 피면 백만송이가 된다고 그 이름을 백만송이장미원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모두 151 종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는데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장미들이 절정기를 맞아 화려하고 싱싱하게 피어있어 황홀하다.
그러나 장미의 수 만큼 사람들도 많다. 요즈음 장미축제 기간이라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것 같다. 오늘이 평일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주말에는 아마 발디딜 틈이 없을 것 같다. 여유롭게 산책하며 절정기의 장미를 감상하려면 주중의 어느날 새벽에나 와 봐야할까?
아름다운 장미를 보고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며 우리의 눈과 코를 호강시켰으니 이제는 입도 호강시켜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장미원의 관람객이 많으니 음식점 찾기가 문제다. 식당 마다 만원이고 대기하는 줄도 상당히 길다. 한 친구가 치킨 집을 가리키며 여기서 치맥 하면 어떨까? 한다. 모두들 좋다고 군소리 없이 따라 들어 가보니 이곳 실내는 아직 조용하고, 식당 여주인은 우리를 한쪽 구석에 모두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아늑한 좌석으로 안내하므로 모두 환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닭튀김 전문 맥주집이지만 낮에는 식사 대용할수 있는 다른 간단한 메뉴들도 있어 점심식사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친구 Y가 내일이 자신의 팔순생일인데 오늘 백만송이 장미를 생일축하 선물로 받았다고 기뻐하면서 모두의 점심값을 미리 지불한다. 친구들도 함께 좋아하고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날마다 오늘 같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만을 빌면서 치킨집을나온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도당산 서편 자락의 숲길을 걷는다. 한 삼십분 쯤 걷다가 보니 오전에 출발할 때 보았던 춘의산 벚꽃동산 입구와 만난다. 오늘 우리는 부천의 춘의산과 도당산을 한바퀴 돌아 온 셈이다.
오늘 눈, 코, 입만 호강시키다 보니 다리 운동을 너무 시켰나?
집에 와서 보니 12000보 더 걸었다.
25/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