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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21. 2023

뚝섬한강공원 장미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5월의 산책코스

5월은 장미의 계절 아닌가?  

여기저기서 장미축제 한다고 광고가 뜬다.  

중랑천 장미축제와 더불어 올림픽공원의 장미원과 과천서울대공원 장미원의 장미축제가 유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소문이 난 곳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코로나에서 해방된 이후 당연히 더욱 붐빌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동안  안 가본 곳 가까운 곳에 장미원이 있는지 한번 찾아볼까 하고 검색해 보니 뚝섬한강공원에 장미원이 있다고 한다.  소개하는 글에는  이 장미원이 아직 소문이 안 나서 비교적 조용히 장미를 감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뚝섬한강공원이라면 우리가 어렸을 때, 1960년대 초, 여름이 되면 즐겨 찾던 한강변의 물놀이장이었다. 요즈음에는 강변고수부지 여러 곳에 따로 수영장이 생겨서 어린이들이 이 수영장을 이용하지만 당시에는 강변 모래밭에서 한강물로 직접 뛰어들며 물놀이를 했다.  어른들은 나무그늘아래 돗자리 피고 앉아서 피서하며 아이들을 감시하고.  


뚝섬 외에도  강변놀이터로 한강백사장과  서강의 마포나루 앞 모래밭도 있었다.  그 당시 친구오빠들이었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자신의 수영실력을 과시하고 싶으면 한강을 헤엄쳐서 건넜다던가 또  몇 번씩 왕복했노라면서 자랑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이 한강변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경제개발과 더불어 자동차시대가 도래하여  60년대 말에서부터 강북의 강변도로와 강남의 올림픽대로가 건설되면서부터 한강변 모래밭은 보행자들에게 접근 불가능한 지역이 되었다. 게다가 강물의 오염으로 수영과 낚시도 금지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니 이제 산책길도 필요하고 자전거로 시원한 강변길을 달리고 싶어졌다.  그런 욕구에 맞추어 한강변에는 제방이 쌓이고 백사장은 없어졌으나 그동안 둔치가 많이 정비되고 한강공원이라는 이름도 붙게 되며 멋있는 나무들이 늘어선 산책길도 다양하게 생겼다.  하지만 강변산책길에 들어서려면 진입로 찾기가 한동안 어려웠다.  고수부지에는 주차장도 있고 그리 들어가는 차도는 있으나 보행로는 안 보였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강변나들목이라고 차도 밑에 뚫린 소위 토끼굴, 굴다리 통행로가  여기저기 자주 눈에 띄어 그나마 반갑고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내가 사는 곳 근처 옥수나들목도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쨌든 오늘의 목적지 뚝섬한강공원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면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리면 제일 가깝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지하철 내리자마자 금방 공원으로  나가게 되므로 걷는 거리가 좀 짧을 것 같다.  마침 2 호선 강변역에서는 강변으로 쉽게 건너갈 수 있는 연결 육교가 생겼다고 하니 출발지를 그곳으로 잡는다.


뚝섬이라는 옛 장소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 친구들이 강변역에 비교적 많이 모였다.  

역을 나와 육교를 건너가니 직진하면 잠실철교이고 오른쪽으로 영동대교 방향의 강변길이다.  그런데 이 강변보행로는 옆으로 강변북로, 자양고가차도와 같은 고속화도로와 나란히 가게 되어 양 대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엄청난 소음은 매우 참기 어렵다. 게다가 벌써 한여름 같은 뜨거운 햇볕도 견뎌야 하고.

잠실대교 아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길은 갈라지고 고수부지 산책길로 들어서면서 찻길의 소음은 멀어졌다.  이제야 눈앞에 강변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하며 가슴이 트인다. 반짝이며 흐르는 한강 건너편에는 엘 타워가 높이 솟아 있고 그 옆으로는 잠실 종합운동장이 보인다.  그러나 오늘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 해서  건물들의 윤곽이 분명치 않다.  


친구들은 자신들이 예전에 물놀이하거나 소풍 하던 자리가 어디였을까 궁금해하면서 소녀들처럼 재잘댄다.  한 친구의 어머니는 그때 강 건너 봉은사 근처 국민(초등) 학교에 교사로 근무하셨는데 이곳 뚝섬에서 매일 아침저녁 배를 타고 출퇴근하셨다고 한다. 영동대교와 잠실철교, 잠실대교가 건설되기 이전 이야기다.  

강물과 맞닿아 있는 둔치 경사면에는 보라색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누군가 그 이름이 갈퀴나물이라고 알려준다.  이름보다는 보라색 꽃 색깔이 더 예쁘다.  

물가로 난 좁은 길을 계속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장미원을 어느새 지나쳤나 보다.  수변 공연장이 벌써 나타나다니?  그 말은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간다는 말이다. 마침 수변무대 가까이에 잔디밭도 있고 쉬어갈 수 있도록 그늘막이 쳐있는 벤치도 있다.  이미 한 시간쯤 걸었으니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모두 배낭을  뒤적거리며 가지고 온 다양한 간식과 음료를 꺼내서 나누어주기 바쁘다.

잠시 쉬었다가 편백나무와 측백나무로 이루어진 치유의 숲을 지나 기대하던 장미원으로 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담하게 잘 가꾸어진 정원에 여러 가지 색의 장미들이 활짝 피어있다.  화려한 덩굴장미 터널에 유럽식  분수까지 갖추어져 있다.  

친구들은 마치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장미옆에서 사진 찍느라고 분주하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장미원옆으로는 자연학습장이라고 숲길이 나있는데 장미원에서 받은 열기를 식히는데 안성맞춤인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준다. 진경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묘한 모양으로 휘어진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그 외에도 온갖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치유의 숲, 장미원, 자연학습장의 숲길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어느덧 점심때가 된다.  

점심엔 수변무대 앞쪽에 보이는 수상식당으로 가는데 처음에 물 위의 평범한 식당인 줄 알고 들어갔으나 자세히 보니 둥근 창들이 많은 것이 폐선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임을 알겠다. 친구들은 크루즈 여행하는 것 같다고 선창 밖으로 한강풍경을 내다보며 좋아한다.  

이곳은 닭튀김 전문집으로 피자나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오늘 메뉴는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치맥이라고 전원이 합의하고 새우볶음밥으로 보충한다.  평일 낮이어서  식당엔 우리 일행 외에 손님이 거의 없어서 우리는 맘 놓고 실컷 떠든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뚝섬유원지역에서 헤어진다. 역사 건물옆에는 뚝섬 자벌레라는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이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건물인데 자벌레가 기어가는 모양을 형상화하였다. 아직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은 친구들은 구경하러 그리로 향하고 다른 친구들은 역으로 곧장 올라간다.  


다음에 여기 다시 올 때는 오늘처럼 굳이 강변역까지 가지 말고 이 역에서 만나서 뚝섬한강공원을 크게 한 바퀴만 돌아도 만보 이상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저녁때 단톡방에 함께 간 친구들이 올린 화려한 장미원 사진을 보고 한 친구가 댓글 달기를 자신은 근처 성수동에 살고 있는데 그렇게 가까이 장미원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2023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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