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Jul 08. 2023

일자산 숲길과 허브천문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7월의 산책코스

겨울 내내 기다리던 봄은 그리도 더디게 오더니 기다리지도 않은 여름은 왜 이리도 빨리 오는지 요즘은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에 폭염주의보 아니면 호우경보가 연달아 들린다.  이런 무더위에 노약자들은 야외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문자가 계속 휴대폰에 뜨지만 그렇다고 노인들이 집에만 틀어 박혀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노부모의 안전을 걱정하는 자녀들의 염려를 귓등으로 흘리며 오늘도 우리는 걷기 위해서 그늘이 시원한 일자산을 찾아보기로 한다.  

일자산은 숲길이 좋은데 운이 좋으면 허브천문공원에서 아직 남아있는 야생화도 볼 수 있을 테니까.


일자산은 서울둘레길 중에서 우리에게 맞을 적당한 코스를 찾다가 발견하고 알게 된 산이다.  

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에서 시작하여 하남시까지 길게 일자로 걸쳐있는 나즈막한 산(134미터)으로 산행초보자에 맞는 코스로 소개된다. 마침 지하철역에서도 가깝다. 5호선 고덕역에서도 출발할 수 있지만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3번 출구에서 나오면 금방 산책길 입구가 나온다.  


오늘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자주 이 산을 다녀보아서 길을 잘 아는 친구가 길 안내를 담당하기로 한다.  

그 친구는 우리를 우선  일자산 능선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능선에 오르는 길은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비교적 완만하다. 야자매트도 깔려있고.  접이식 등산지팡이가 고장 나서 잘 펴지지 않는다고 초입에서부터 걱정하던 한 친구가 지팡이 없이도 거뜬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기대하던 일자산 숲길은 기대 이상이다.  길게 이어지는 푸른 나무 터널의 그늘 아래로 걸으며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땀이 많이 났다는 사실도 잠시 잊게 된다.

숲 속 나무꼭대기에서 요란스럽게 우짖는 때까치는  우리를 환영하는 건지 경계하는 건지 모르겠다.  까치 소리 요란해도 산의 분위기는 아주 평화롭다.

산길에서는 꽃향기도 은은하게 풍기는데 지금 아카시아꽃은 아닐 테고 무슨 꽃 향기일까 하고 궁금해하는데 어떤 친구가 칡꽃이 아닐까 한다.  마침 길옆에 떨어진 지 오래된듯한  자주색 꽃송이가 보이는데 아마도 칡꽃이 맞나 보다.  

어쨌든  이 이름 모를 꽃향기에 한참 취해서 걷다 보니 정상 근처의 해맞이 광장에 닿았고 얼마 더 걸으니 갈림길이 나오고 이제는 여기서 왼편 길로 하산한단다.

아래로 내려가니 자연공원과 도시농업공원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고 캠핑장도 있고 캠핑장 주차장에서 허브천문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허브천문공원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며 야생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 한쪽에는 밤하늘을 관찰하는 관천대와 작은 온실과 조각품들도 있다. 예상한 대로 허브공원에  대부분의 야생화는 이미 시들었고 얼마 남지 않은 꽃들도 무더위에 힘을 잃었다. 만개한 야생화를 보려면 내년에는 좀 더 일찍 와야겠다.  야생화밭을 돌아서 자작나무들이 무리 지어 모여있는 전망데크로 가니  그곳에는 벤치가 있다.  우리가 자작나무 아래 전망 좋은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때를 맞춘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나뭇잎이 살랑거리니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다.

아쉽지만 이제 점심시간이 되어   전망 좋고 바람이 시원한 전망대를 떠나야 한다.  

허브공원에서 내려가면 가까운 곳에 인터넷 맛집 소개에서 찾은 맛집이 나온다.  황토벽에 너와지붕을 얹은 건물의 한식당인데 분위기도 좋고 푸짐한 음식도 맛있다고 모두들 만족해한다.  

통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커피까지 마시며 오늘의 멋진 숲길과 그 길을 안내해 준 친구에게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돌아올 때는 일자산 아래쪽의 낮은 자락길을 따라가다가 잔디마당과 체육관 앞을 지나서  아침에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2023년 7월 6일

매거진의 이전글 용마산폭포공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