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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n 30. 2023

용마산폭포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6월의 산책코스

서울에 폭포가 또 있다고?  

날씨가 더워져서 시원한 물소리가 그리운데 폭포라니 귀가 번쩍 뜨인다.


작년 여름이 지나갈 무렵  유튜브에서  보니 서울 가까운 곳에 큰 인공폭포가 세 군데 있다고 소개했다.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래서  처음 찾아간 곳이 경인 아라뱃길 도중에 위치한 아라폭포였다. 버스를 안 타고 도보로 갈 수 있는 길만 고집하다가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강건너편에서만 마침 쏟아져 내리는 아라폭포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다음엔 연희동 안산 자락에서 홍제천으로 떨어지는 홍제천인공폭포를 가보았다. 산절벽을 이용해서 산 위로 끌어올린 물이 폭포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것이 정말 시원하고 보기도 좋았다.  


세 번째 인공 폭포는 용마폭포였는데 이미 여름도 다 가고 다음 해 5월부터 가동한다고 하니 올여름으로 밀어놓았다가 더위가 시작되어 마침 생각이 난 것이다.


용마폭포공원은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자락에 조성된 공원이다.  암반채석으로 생긴 용마산의 절벽을 이용해서 인공폭포를 만들었다고 유튜브에서 소개한다.


지하철역 용마산역 2번 출구를 나와 용마폭포공원 방향으로 가다 보니 길가 벽면에 크게 "동양최대 인공폭포"라고 적혀있다.  아니 얼마나 크길래?  

얼마 가지 않아서 공원입구와 주차장이 보인다. 축구장과 테니스장을 돌아가며 산책로가 있어 이 길을 따라가니 곧 우렁찬 폭포소리가 들린다.  마침 우리는 폭포 가동시간에 때맞추어 도착했다!  

높은 산절벽 위에서 웅장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는 한 군데가 아니라 세 군데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 가운데 제일 높은 폭포가 높이 51 미터나 되는 용마폭포이고 왼쪽으로 청룡폭포, 오른쪽의 백마폭포도 20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세상에!  서울에 이런 곳이!  그저 놀라서 바라볼 뿐이다.  

이 폭포공원이 이미 1997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꽤 오래전 일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서울에 살면서도 아직도 이곳을 모르고 있었다니 또 한 번 "등잔밑이 어두웠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용마산이란 산이름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용마산이 아차산의 최고봉(348미터)이라고 하는데 아차산은 알고 있었지만 용마산은 몰랐다.  

처음에 서울둘레길을  걸어보려고 하던 때 망우리에서 출발해서 용마산 능선으로 해서 아차산에 이르는 길이 서울둘레길의 두 번째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우리에게는 부담되는 코스일 것 같아서 광나루역이나 아차산역에서 출발하여 아차산 공원까지만  걸어보기는 했다.


오늘은 용마폭포공원 덕분에 용마산도 새로 알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전철역에서 쉽게 갈 수 있어서 좋다.


폭포공원 광장에는 인공암벽도 만들어져 있어 암벽 타는 사람들이 두세 명 매달려있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연못 주변 그늘진 곳에는 벤치에 사람들이 쉬고 있다.  참 한가로운 풍경이다.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니 중랑둘레길이라는 팻말이 나오고 곧 숲 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좀 더 올라가면 용마정이 있다고 화살표가 나오지만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계단도 많을 뿐 아니라  계단이 없는 길은 일반적인 산길로 모래와 나무뿌리로 덮여 있다.  이 경사진 길을  그럭저럭 올라가기는 하겠으나 내려올 일이 안심이 안 돼서 아깝지만 용마정 올라가서 전망 보는 것은 포기한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 농구장 옆에 쉼터가 있어서 쉬어 가기로 한다.  이 쉼터는 폭포 주변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우리들이 쉼터 벤치를 독차지한다.  

잠시 쉬었다가 폭포 쪽으로 다시 내려오니 폭포 가동시간이 끝나서 이제 폭포수는 내려오지 않고 그 대신 그 아래 연못에서 분수가 솟구쳐 오른다.  자연의 산자락이어서 그런지 물이 흐르지 않는 암벽도 뒤쪽 용마산능선과 파란 하늘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인공폭포라고 해서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  전에 보았던 어떤 인공폭포는 가동하지 않을 때 시멘트벽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보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본 용마폭포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공폭포라고 할까?  

숲 속 그늘에 앉아서 이 폭포만 보고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깊은 산속에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장 가운데 그려진 달리기 트랙이나 인공암벽만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 먹고 켠 TV에서는 마침 중국의 어느 유명산의 폭포를 보여준다.  높은 산에서 길게 떨어져 내리는 한 줄기 폭포  영상이 우리가 낮에 보고 온 용마폭포를 연상케 한다.  자연의 모방에서 예술이 시작되었다는 말이 새삼스레 떠오르며 용마폭포는 최근에 감동받은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용마폭포 가기 전 공원 초입에서 본  "동양최대 인공폭포"라는 문구는 아마 26년 전 완공 당시에 작성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되며 현재까지도 유효한지 아직 사실 확인은 못 해보았다.


2023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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