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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21. 2023

비 내리는 올림픽공원과 소마미술관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7월의 산책코스

올림픽공원은 개장한 지 35년이나 되었지만 최근에 와서야 십 년 동안 우리가 사계절 자주 찾아가 걷는 공원이다.

사진 출처 https://www.ksponco.or.kr/olympicpark/

봄이면 들꽃마루의 꽃양귀비와 유채꽃, 그리고 장미원에서 장미구경도 하며 걸을 수 있으니 좋고, 여름에는 소나무숲길과 몽촌호수에서 성내천에 이르는 호숫가에 그늘진 산책길이 있어 시원하고 걷기 좋기 때문이다. 또 가을에는 조각공원의 단풍숲과 야생화정원 그리고 송파대로의 은행나무길이 환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원래 오늘은 올림픽공원의 그늘 좋은 소나무숲길을 걸으려고 예정했었다. 그런데 어제 들은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고 호우주의보까지 내린 상태였다. 어쩌나?


문득 몇 년 전 여름 장마기간 중 올림픽공원에서 걷다가 갑자기 쏟아진 억수 같은 소낙비를 맞고 모두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이 되어 식당에 들어가면서 민망했던 일이 기억난다. 비에 젖으면서 오래 걷는 것은 무리다.  대안이 없을까?


다행히 올림픽공원에는 몽촌토성역사관과 한성백제박물관이 있고 소마(SOMA=Seoul Olympic Museum of Art) 미술관도 있어 실내에서 걸을 수도 있다.


마침 소마미술관에서는 "한국근현대미술 다시 보기"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근현대 한국의 대표적 예술가들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는 특별전시회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개최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전시회는 시작한 지 이미 석 달이나 되었고 다음 달에는 끝난다고 한다.  벌써 다녀온 친구도 있는데 좋은 전시회라고 추천하기도 해서 오늘의 행선지를 소마미술관으로 급히 변경한다.


9호선 한성백제역 2번 출구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한다. 마침 미술관까지 지하 연결통로가 있다니 비를 덜 맞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정보를 얻었다고 좋아했다.

미술관에 간다고 해서일까 비가 쏟아지는데도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모여든다. 열일곱 명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1920년대부터 1988년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근현대미술작품들인데 그동안 우리가 여러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낯익고 잘 알려진 작품들이 꽤 많이 눈에 띄어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다. 주제별로 설명도 잘 되어 있어 한국의 근현대미술의 역사가 내 나름대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전시회장을 다 돌아보고 입구에서 공원 쪽으로 나가보려고 하지만 세찬 빗줄기는 여전하고 약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빗속을 뚫고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미리 찾아둔 식당은 올림픽공원역 쪽에서 가까우니 한 정거장을 걸어가야 한다. 걸어서 이삼십 분 정도 걸릴까? 도로에는 빗물이 완전히 시냇물처럼 흐른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가서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니 이렇게 비 오는 날씨에도 올림픽공원 방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식당도 꽤 북적거린다. 다행히 장소가 매우 넓어서 늦게 예약했는데도 모두 한꺼번에 앉아 점심을 편안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식사 후에 옮겨 간 이웃 카페도 역시 널찍해서 여유 있게 앉아서 후식과 담소와 함께 장맛비 내리는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보슬비나 와야 비 오는 날에 두 사람이 나란히 우산 하나만 쓰고 몽촌호숫가를 산책하는 낭만적인 그림을 그려 볼 수 있겠지만 이런 장맛비에는 그런 그림 어림도 없겠지?    


2023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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