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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라 Zilla Jul 17. 2016

특별할 것 없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by 고수리

오랜만에 혼자 있는 집.

TV도 꺼둔 채 조용하게 빗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비 오는 밤.

집 정리를 하다가 책장을 보는데 친구 누나가 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읽어야지 했지만 그냥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새로 산 디퓨저 향과 비 오는 날.. 책 읽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첫 장을 폈다.

'고작가의 날들'

평범한 회사원에서 작가로의 변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일탈


나는 그저 고만고만하고 동글동글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 일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알고 보니, 나 역시 가장 평범한 주인공이었고,
어느 새 내 인생의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그토록 특별하게 느껴졌던 '고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2011년, 나의 인생도 고만고만하고 동글동글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함을 장착하게 되면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CEO', '고사장', '고대표' 이렇게들 불러주기도 하고.. 사실은 그저 '공동창업자', '이사'였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그리고 왠지 큰 회사의 대표가 된 듯처럼 뿌듯하기도 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딱 20일만 돌이켜보았다.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뭔가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소중한 만큼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노력한다. 안 좋은 기억은 그때의 감정으로 남겨두고,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다.


쿵푸팬더의 한 부분이 기억난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they call it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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