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에 나온 아이브 장원영이 “내가 해왔던 게 맞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데, 난 언제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10년 전, 그러니까 2014년 이맘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향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하게 된다. 10년 뒤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분명 나는 작은 커피 프랜차이즈 인사팀에 지원했다. ‘학부 시절,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났습니다. 국문학은 인문학과 맞닿은 학문이라는 의미입니다. 개개인의 서사와 삶에서 배운 것들을 OO의 인사팀에서 배우며 활용하고 싶습니다.’ 정도의 자소서를 썼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불성설인 이야기이지만, 소기업이었던 첫 회사 면접관은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건물을 나오는데 전화가 왔다. “민지씨, 혹시 지금 대표님 면접 가능한가요?”
그렇게 만난 회사의 대표는 내게 “국문과니까 보도자료 한 건만 써볼래요? 써본 적 없을테니 잘 써야겠다는 부담 없이 그냥 쓸 수 있는 만큼만.”이라며 갑자기 과제를 주었고, 난 면접을 보다 말고 갑자기 보도자료를 썼다. 보도자료가 뭔지도 모를 때. 고작 기사 몇 개를 보고 윤문한 수준의 종이를 건넸다. 내일부터 나오랬던가, 모레부터 나오랬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여튼 그 주부터 출근을 했다. 인사팀은 업무를 전반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아웃바운드 TM을 시킬 때 도망치지 않은 건,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운명이었기 때문일까?
이틀쯤 지났을까, 웬 남자가 사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홍보팀 팀장이라고, 같이 일하자고. 인사팀에 지원했다가 보도자료를 쓰고 TM을 하던 나는 그렇게 홍보 일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그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할 말이 참 많다. 얼레벌레 어영부영 어찌저찌 돌아가던 회사. 그럼에도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 회사에서의 기억과 추억이, 못해도 절반은 차지한다. 처음으로 다니게 된 회사라는 조직, 그리고 정규직. 원없이 일을 했고 원없이 술을 마셨고 원없이 뛰어다녔다. 원없이 웃었고 원없이 울었다. 가맹점 150여 개를 만드는 동안 홍보팀은 달랑 둘 뿐이었기에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힘든 지도 모르고 일했네. 청춘이었구나, 나.
내게 일을 같이 하자며 찾아온 팀장님은 지금 가수 이효리가 모델인 회사에서 일한다. 나도 업계 탑인 배우를 모델로 하는 회사에 속해있다. PR과 브랜딩을 더 배우고 싶어 대학원까지 갈 정도로 나름 열정적으로 살고 있지만, 이게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다. 10년 뒤의 나를 가늠하지 못해 불안하지만, 생각해보니 첫 회사에 들어간 게 9년 전이네. 10년 전의 나도, 10년 후의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 지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오늘의 순간순간이 쌓여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그리하여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너무 불안해하진 말아야지. 꽤나 잘 해내고 있는 중이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