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쿠바] 하나의 비행기 값을 2배의 값으로

쿠바여행의 시작

by greenee


돌아가는 세상이 이해가 많이 안 되는 요즘 나의 정신적인 행복을 위해 혼자서 추억팔이를 하고자 한다.

나의 멘탈은 소듕하니까 >_^

나를 위한 기록용으로 시작되는 여행일지인만큼 시간적 제한에 벗어나 생각날 때마다 후비적거리며 쓰려고 한다. 기존과 달리 정성을 들지 않고 투박한 말투로 써내려 갈 예정이다.



사실 해외로 여행을 나설 때마다 네이버 블로그를 활용하였다.

여행을 하면서 블로그와 구글맵을 어쩔 수 없이 맹신하며 정보의 오류를 맛본 적이 정말 많았다. 나는 제대로 된 정보만 줄 것이다라며 시작하였는데 이젠 내 여행 블로그에 여행기를 작성하고 싶어도 방치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코뭐시기 때문이다..크흡


그래도 브런치는 뭔가 정보전달 측면보다는 감정 공유와 사색에 잠기는 글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 같아 브런치에서는 여행 도중 느낀 감정만을 작성해보려 한다.


코뭐시기 전까지 12개국이라는 많지 않은 나라를 돌아댕겼지만 추억하기 좋게 일반 다른 여행객보다 좀 더 고생스러운 여행을 자처했다. 남들이 가라는 루트대로 안 가고 내 맘대로 눈누난나 길을 개척해나가다가 길도 잃고 소매치기도 당해 경찰서도 살아생전 처음가보고 비행기도 놓쳐 해외 여행사랑 다투며 짧은 여행국에 알찬 상황들을 맛보고 즐길 수 있었다.


남들은 이런 일을 보고 여행의 낭만이라 생각하지 않다만 본인은 이런 고생이 여행의 낭만이라 생각한다. 멋없고 인스타 갬성없는 나의 낭만을 추억하기 위해 늘 여행 때마다 생생한 감정을 담아 글을 꼬박꼬박 쓰고 사진과 영상, 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해 두었다. 멍고생이 담긴 나만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렇게 다시 쓸 수 있다니 참으로 좋다. 많은 일들 중 내 기준에서 낭만이 넘치는 여행이라 칭하는 일 혹은 약간은 애잔해 보이는 에피소드를 모아 작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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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시작될 여행국은 쿠바이다.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전 아슬아슬한 컷트로 기똥차게 다녀온 2주간의 쿠바여행으로 방구석 여행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한다.


쿠바의 첫 스타트 사진 한 장


ep1.

하나의 비행기 값을 2배의 값으로


비행기표를 '이중예약'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이경우는 나름 적잖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둘 중 하나의 표를 환불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중예약을 한 비행기표 환불을 아예 단 0원도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네 귀한 바보 여기 있습니다..

하나의 비행기표를 2배로 구매한 귀인이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오징어 잘근 씹으며 글 쓰고 있어효,,


처음 비행표를 예약했을 때 혼자 쿠바여행을 떠나는 계획을 잡았었다.

하지만 예매를 하고 몇 주 뒤, 갑작스레 엄마가 쿠바여행에 동참하고 싶다고 하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예매한 사이트에 들어가 이전에 예매했던 비행기표를 취소 요청하였다. 바로 예매 취소가 승낙되지도 않았지만 취소 요청이 당연히 예약 수수료를 제외하고 물 흐르듯이 취소될 줄 알았던 나는 눈누난나 신나는 마음으로 여행기간까지 늘리며 똑같은 해외 여행사에서 새롭게 비행기표를 예매하였다.


그렇게 나의 바보짓은 시작되었다.


이자를 소개한다


이번 화의 빌런 역할을 맡은 여행사로부터 생각보다 빠르게 반가지 않는 답장이 왔다. 이 여행사는 안읽씹으로 유명한 그리스 본사 여행사였다.

미안. 환불 안됨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반대로 그리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참~ 튕기는ㅎ 저가 해외 여행사들은 원래 저러니 뭐'


이렇게 베짱이 같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과거의 일 때문이다.




자랑이지만 사실 이미 유럽여행 때 비행기를 놓친 바보짓 경험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 관련 일이 나름 또 쌩초짜도 아닌 경력자였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생생한 추억을 더듬더듬해보면..

한 달 간의 유럽여행 때였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이탈리아 베니스로 떠나는 비행기였다. 시간 약속은 꽤나 철저하게 지키는 본인은 아침 비행기를 위해 전날 미리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새벽 택시 호출 예약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깜깜한 새벽에 하품을 쩍쩍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반쯤 뜬 눈으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셀프 체크인을 하였다. 그리고 화면 속에 반겨주는 것은 발권 티켓이 아닌 꼴랑 문장 하나였다.

이미 어제 출발한 비행기입니다

'설마.. 아 제발 내가 잠이 덜 깼구나 제대로 예매번호를 터치해보자'

애써 잠이 덜 깬 탓을 하며 두세 번을 바보짓을 거듭하다 보니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일단 진정을 하고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에, 공항에 있는 항공사 고객센터로 몸을 돌렸다. 한 시간 뒤 열리는 고객센터에 줄을 서며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고객센터가 열리자마자 가서 환불 요청과 동시에 새로운 항공 구입 방법에 대해 따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따지고 싶으면 고객센터 이메일을 보내 (명함도 함께 툭-)' 뿐이었다. 회상하며 글을 쓰니 정말이지 귀찮다는 직원의 표정이 다시금 떠오른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별 소득 없이 공항 구석으로 들어가 혹시 모를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약 2주 전 비행기 스케줄이 변경되었다는 메일을 이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유럽內 나라 이동 중 비행기 이동이 2번이나 있어 이메일 확인을 수시로 하였다. 근데 하필이면 유일하게 이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만 여러 이메일 중 내가 가장 안 쓰는 이메일로 하였다. 왜 그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확인 조차 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말이 되는가? 누군가 운명을 사랑에 빠질 때 쓴다던데 바로 이런 것이 진짜 운명 아닐까 싶다. 아주 완벽하게도 비행기를 놓칠만한 서사였다.


울지 마 귀여운 만떼ㅜ

정신을 차려보니 그 순간 참아왔던 감정이 터지면서 애잔하게 공항 구석에 쭈그려 앉아 닭똥 같은 눈물 콧물을 흘려보냈던 기억이 난다.(ㅠㅠ) 눈물콧물 먹어가며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돈 버리고 비행기표를 새로 끊는 일이었기 때문에 하루를 할애하여 우여곡절 베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멘탈이라면 한숨 한번 쉬고 바로 뱅기표를 끊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나름 여린 시절이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이 일은 비행기 값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유럽여행 중 계속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번 에피와 같이 '미안' 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탈리아 항공사 한국 본사 고객센터에 확인 전화를 하였었다. 항공사 측에서는 여행사가 환불 허용만 하면 대부분의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하였고, 이후 의도적 노쇼가 아님을 사정사정 메일로 전하며 여행사로부터 90%의 비행기 값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이미 해외 여행사로 예약한 비행기표를 날려먹고 다시 어렵사리 환불받았던 경험자로서 여행사를 통해 환불받는 법도 알고 어떤 과정으로 환불을 해야 하는 절차를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이메일로 사정사정하면 되겠지 뭐'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악덕으로 소문난 그리스 어떠한 여행사에 어그로 끄는 메일 제목으로 나의 간절함을 비추어봤다.

간절함이 보이는 애잔한 나의 메일함


이렇게 간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지불한 비행기 값 중에 가장 비쌌었다.

제주도 비행기 값이거나 동남아 평균 비행기 값의 손해라면 이 정도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것도 사실 모르겠다.. 그냥 돈이라면 만 원이라도 다 소중한걸?


여행에서 의도반 강제성반 약간의 그지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자로서 너무 비싼 비행기 값은 나에게 늘 허락지 못했다. 쿠바 자체가 직항이 없기도 하고 그 당시 중국 경우를 제외하고는 캐나다, 멕시코, 미국 등 아메리카 땅을 밟는 경우는 대부분 항공 값이 100만 원 언저리였다. 때문에 미국땅과 파나마땅을 경유하는 그니까 무려 2번이나 경유하는 하드한 경로지만 그나마 저렴한 90만 원 대의 비행기표를 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취미에 대한 어릴 때부터 신념이 있었다.

나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온전히 내 돈으로 해결한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콘서트부터 여행까지 늘 알바에서부터 인턴까지 열심히 일해가며 모은 돈으로 할애하였다. 그니까 이 90만 원은 정말 피똥 싸며 일한 대가의 여행 값이었다. 물론 모든 돈이 값지다만 주변 친구들이 기계값 혹은 옷으로 할애하고 맛집을 가며 노는 돈을 아끼고 안 쓰며 모은 값진 돈이었다.




그런 돈이 한순간의 실수로 날아간다 생각하니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지지 않으리라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도움을 구해보자 싶어 매일 새벽마다 환불이 안된다는 항공사랑 메일로 몇 주간 다투었다.


일단 왜 환불이 안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처음에는 그냥 답이 '미안 환불 안돼' 이런 식이어서 안 되는 이유에 타당한 서류를 달라고 답장을 이어갔다. 이유는 예상했지만, 이미 구매 당시 환불불가를 명시해놨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서류 대신 'NON-REFUNDABLE TICKET' 부분만 캡처를 띡하고 답장이 왔다.


서류가 캡처로 퉁쳐지는 성의


환불불가 문구를 자세히 안 본 것은 당연히 본인 책임이었다. 하지만 나 또한 억울한 것이 환불불가 표시가 정말 눈에 하나도 안 띄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 물론 그것까지 안 본 나의 과실이었다. 무엇보다 취소 요청 전에 비행기표를 재구매한 내과실이었다 하하


이일 덕분에 동의서 같은 거 볼 때 꼼꼼하게 보고 확답을 받기 전까지 다음 단계로 바로 행동하지 않는 습관 하나는 제대로 겟했다..후



그래도 일단 끝까지 해볼 수 있는 선에서는 후회 없이 해보고 싶었기에 여행사 이외 연결 항공사와도 새벽에 연락하고 메일을 보내보았다. 심지어 국내 소비자고발센터에도 상담해보았다. 지금 보니 정말 해볼만큼 다해봤다.



해외 여행사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국내소비자고발센터의 힘을 빌릴 수 없었고, 항공사 측에서도 여행사와 의논을 해봤지만 나 같은 여행자에 허용을 해주면 이후 비슷한 여행자들에게 다 허용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환불받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나름 한달 간의 긴 컴플레인은 끝을 내리게 되었다.


(사진 속 항공사의 잘못은 없었다. 메일도 전화도 모두 매번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그냥 나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주며 최대한 여행사와 대화해준 것만으로 감사했다.)



이후 여행사와 답장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티클만큼의 환불을 받고 싶으면 받으라고 답장이 오긴 했다.

21유로 한국돈으로 약 3만 원이었다. 90만 원 중 3만 원이라.. 크흠


2019년에도 존재하는 저화질


그리고 화질은 대체 무엇인가.. 정말 메일함에 있던 사진 이름만 가리고 그대로 캡처한 것이다.

정말이지 성의가 남달랐다.


리스본 공항에서도 느꼈다만 유럽 쪽 컴플레인 대응을 보면 나름 꿀직장 같았다. 귀찮으면 니책임이라고 하며 돌려보내고 pdf형태의 서류대신 저화질 캡쳐로 퉁치는 이런 푸대접받다가 우리나라 아무개 기업과 문의전화를 하게 되면 너무 친절하여 과분할 뿐이다.


여튼 개미똥만큼의 돈을 돌려 받는다고 기분도 상황도 달라질 게 없다 생각했기에 그냥 안 받았다. 사실 좀 많이 지치기도 하였었다. 해외 여행사의 남다르게 두드러지는 무성의한 답변도 그렇고 무엇보다 당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이 실망하였었다. 내가 이런 행동을 자초한 사실이 더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리고 당시 엎친데 격으로 이 일 이외 다른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며 무척이나 지친 시기를 보냈었다.




그렇게 지친 마음과 함께 일반 비행기 값의 2배 값으로 쿠바 여행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2주 전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두 티켓 모두 같은 여행사 티켓으로 환불불가 티켓이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쿠바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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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쿠바여행 도중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쿠바를 오게 된 과정이 떠올랐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고 순간 판단의 잘못으로 경황이 없을 수도 있는데 뭘 그렇게 나에게 실망을 했나 싶었다. 사람이 삶이 어떠한 과정이 다 완벽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이 에피소드 덕분에 결론적인 쿠바 여행은 더 값졌다. 여러 안 좋은 감정들이 모이다 보니 여행을 떠날 때 해방감이 장난 아니었다.


훠우~ 사람도 과제도 알바도 뭣도 다 꺼져주세요~

인생에서 또 한 번 아픈 시기가 찾아온다면 나 몰라라 훌쩍 다시 떠나고 싶은 곳이다. 사실 요즘 좀 쿠바만의 여행 분위기가 많이 그립다.. 쿠바에 유명한 관광지와 볼거리는 그닥 없다만 거리 곳곳에 자연스러운 아날로그의 감성이 잘 담겨있다. 사람들이 적응도 하기 전에 혼자 앞서가는 4차 산업이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다.. 급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급하게 기술을 퍼먹다가 딱 체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올드카와 같은 시각적인 아날로그와 함께 물질적인 아날로그의 특징이 뚜렷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도 잘 안된다. 덕분에 해방감은 덤이요 흥 많은 본인을 위한 재즈바도 넘치고 내 최애 칵테일인 모히토의 고장 아닌감. 정말 칵테일이 싸고 맛있어서 행복했다. 바다는 카브리해로 말도 안 되게 맑은 해변과 더불어 지역 이동 때마다 별생각 없이 늦는 이동수단 덕에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만남의 광장도 자연스레 만들어주었다. 물론 남들에겐 답답하고 불편한 것이 많을 수 있겠다만 나에겐 그것이 넘나리 매력있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여행이란 게 참 매력 있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점에서 싶다. 대책 없는 문제들로 뒤통수 치다가 또 예상치 못한 재미를 발견하는 삶을 압축해서 경험해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 평소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배우고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이 점차 발전하는 나 자신에게 때론 대견함을 느낀다. 눈앞에 보이는 똥밭에 나름대로 열심히 잘 헤쳐가고 있는 자신에게 자축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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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부터 로컬 여행자의 여정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마다

한 달에 1명의 여행자씩

짧고 간결하게

정보성이 아닌 '이야기'를 중점으로

여정의 길을 늘 갈망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일상의 지루한 틈을 타 짧은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험이 모여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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