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 오름에 대한 기억들 (사진 보고 글쓰기)
제주에는 360개가 넘는 오름이 있다.
각 오름마다 저마다의 색깔로 우리를 유혹한다.
아기자기한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지미오름,
가을철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
‘오름의 왕’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경사의 높이로,
큰맘 먹고 올라가야 하는 다랑쉬오름,
이름처럼 작고 귀여운 아끈다랑쉬오름,
들불축제의 상징인 새별오름,
백가지 약초가 있어 올라가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백약이오름,
아버지처럼 믿음직스러운 아부오름,
비밀의 숲이 숨어 있는 안돌오름, 밖돌오름,
발음이 귀여워 자꾸 불러보고 싶은 노꼬메오름 등..
이런 오름의 이름들은 누가 지었을까?
어찌나 예쁜지 고이 잘 포개어 접어놓고 싶다.
수많은 오름 중 가장 많이 사랑받는 오름은
용눈이오름일 것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곡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은
가볍게 오를 수 있고 사진 찍기 좋아서
여행객들의 필수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오름 위 사람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작은 나무들이 걸어가는 것만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10년 전 제주 이주하고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오른 오름이 용눈이 오름이었다.
그래서인지 용눈이오름은
우리 가족에게 더 특별한 오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용눈이 오름은 낯선 제주에서의 시작을 하는 우리를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산에 가기 싫다며 투덜대던 아이들은
꾸역꾸역 올라가다가 작은 공벌레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눈은 현미경이다)
장난꾸러기 삼 형제는 공벌레 가족을
오름 정상까지 이사시켜 준다며
깔깔 웃으며 올라갔다.
과거의 그 작은 삶의 토막들이
지금의 나를 웃게 만들어 준다.
하늘 가까이 올라갈수록 마음의 날씨는
점점 맑음으로 변했다.
어느새 우리도 걸어가는 나무가 되어
오름 능선을 누빈다.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와
여기 있는 것이 축복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득 안고
충만하게 내려왔다.
오름이 준 선물은 그 어떤 사치품보다 만족스러웠다.
점점 세월이 흘러
제주의 오름과 바다와 숲이
흔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건조하고 희미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번 자극을 주고 싶다.
올해는
더 많이, 더 자주
이 자연이 주는 사치를 누려보자!
오름 위에 걸어가는 나무가 되어보자!
어떤 오름부터 올라볼까 손꼽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