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책 중의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김선영) 필사문장 4

by 따뜻


보행은 가없이 넓은 도서관이다.

매번 길 위에 놓인

평범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관,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의 기억을

매개하는 도서관인 동시에

표지판, 폐허, 기념물 등이 베풀어주는

집단적 기억을 간직하는 도서관이다.

이렇게 볼 때 걷는 것은

여러 가지 풍경들과 말들 속을 통과하는 것이다.


-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p91




책 중의 책은 ‘산책‘이란 말이 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산책,

산책은 걸어서 하는 독서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나만의 비밀상자에

보석을 하나씩 담게 된다.

책을 읽다가 울림이 있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듯

걷다가 만나는 감탄의 순간마다

내 마음의 책귀퉁이는 너덜너덜해진다.

.

소리도 없이 조용히 변하고 있는

자연의 역동적인 생동감에,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은

무자비한 작은 틈에서 발견한 놀라운 생명력에,

그리고

이러한 작은 것들을 찾고 감탄하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신기한 비밀을 간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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