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김선영) 필사문장 17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 최은영, 『밝은 밤』, p.14 - <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추석이 다가오는 명절 즈음,
가장 든든했고 따뜻했던 큰 딸을 가슴에 묻은
여든이 넘으신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어두운 밤, 달이 조금씩 차오르는 것을 보니,
큰 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고,
누군가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
쓰리고 아프다고 하셨다.
주름진 손으로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고
눈물을 참으실 어머님 생각에
그날 밤,
이름 모를 감정이 창 밖의 달처럼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