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이 돋아있는 바통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필사 문장 19

by 따뜻


나한테 묻는다면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불빛이라고 하겠습니다.

새까만 연탄구멍 저쪽의 아득한 곳에서부터

초롱초롱 눈을 뜨고 세차게 살아오르는 주홍의 불빛은

가히 겨울의 꽃이고 심동(深冬)의 평화입니다.

천 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겨울의 연탄불은, (중략) (p.172)

봄은 내의와 달라서 옆사람도 따뜻이 품어줍니다.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죄송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p.148)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날씨가 좀 풀렸나 싶어

슬슬 달리기를 시작해 보려고

운동화끈을 질끈 묶었다.

봄을 기다리는 나의 오만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한 듯

겨울은 차갑고 시립고 따가워

손끝 소매를 자꾸 늘어뜨리게 만들었다.


숨이 차면서 온몸으로 겨울을 만나고 나니

마음은 벌써 봄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간다.

나는 겨울에서 봄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는 선수가 되어

새순이 돋아있는 바통을 더 세게 붙잡고 달린다.

좋아하는 봄의 연둣빛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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