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머릿속은 지우개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필사 문장 20

by 따뜻


나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정말로 원하지 않는 대로 될까 봐 불안해하고,

원하면서도 정말로 원하는 대로 될까 봐

마음 졸이고 있는 것 같았다.

카오스, 땅은 혼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태.

- 이승우, 『한 낮의 시선』, p.44






엄마의 치매.

뒤돌아서면 모든 게 백지가 되어버리는

엄마의 머릿속은 지우개다.


멀리 사는 딸,

가끔 엄마와의 데이트에 힘을 주지만,

행복했던 순간이

순식간에 안개처럼 사라질 때 참 서글프다.

나의 노력, 함께한 시간들이 의미 없었다고

느껴지는 상실감이 나를 누른다.


그러면서도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엄마에게

짜증 섞인 태도와 성의 없이 대답하는 못된 딸은

제발 잊어주길 바라는 내 마음.

길 잃은 아이가 어디로 갈지 몰라

서성이며 울먹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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