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필사 문장 16
책은 냄새입니다.
모든 책은 태생적으로 나무의 냄새를 지니고 있지요.
갓 구운 빵이나 금방 볶은 커피가 그렇듯이
막 인쇄된 책은 특유의 신선한 냄새로
당신을 유혹합니다.
좀 오래된 책이라면 숙성된 와인의 향기가 나지요.
포도알 같은 글자들이 발효되면서 내는
시간의 맛입니다.
책은 소리입니다.
책과 책 사이를 자박이며 걷는 조용한 발소리,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연필이 종이의 살을 스치는 소리.
그 소리는 사과 깎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당신은 사과 한 알을 천천히 베어 먹듯이
과즙과 육질을 음미하며
한 권의 책을 맛있게 먹습니다.
- 허은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p.6
색연필은 총천연색 알록달록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알사탕이다.
오랫동안 녹여 먹다가
한 입 오도독 깨물어 먹는 알사탕처럼
색연필은 맛있는 소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