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밤새 눈이 내렸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필사 문장 15

by 따뜻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 애초에 비행이 목적이 아니라는 듯 -

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습지 속 여기저기서 진짜 늪이

끈적끈적한 숲으로 위장하고

낮게 포복한 수렁으로 꾸불꾸불 기어든다.


-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p.13







제주에는 밤새 눈이 내렸다.

며칠간 날씨가 차갑더니

하늘에서 포근한 솜이불이 내려왔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 틈마다 따뜻하게 솜으로 메꾼다.

그동안 꿋꿋하게

튼실한 노란 열매를 품고 있던 나무 위에도

평안한 안식이 스며든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아래의 땅 속에서는

아늑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봄의 생명력을 시동 걸 준비를 한다.


(관찰한 다음 동사로 묘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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