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C.S루이스)
지연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환자는 자꾸 진심을 가장(假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게다.
말을 해야 할 때는 침묵을 지키고,
침묵해야 할 때는 웃어 버리겠지.
자신은 동조하지 않는 온갖 종류의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들을
처음에는 이렇게 행동으로만 인정하겠지만,
결국에는 입으로도 인정하게 될 테고.
네가 잘 다루기만 하면,
그런 태도들을 아예 환자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했던 대로 변하는 법이니까.
이건 기본이야.
이 작전만 성공하면, 환자가 꽤 오랫동안
이중적인 생활을 하며 살도록 유인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사는 인간들을 많이 보아 왔지.
환자는 어떤 교제권에 속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게야.
이건 단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매번 다른 사람이 ‘되는’ 거라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10장을 읽으며
가장 섬뜩했던 지점은,
악마가 나를 대놓고 타락시키려 하기보다
'그저 침묵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믿는 가치와 정반대 되는 농담과 냉소 앞에서도
단지 무례해 보이지 않으려고 혹은
세련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짓는 비겁한 미소가
곧 이중적인 가면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가치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단단한 진실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