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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Nov 12. 2023

초콜릿에 독성이 있다?

초콜릿에 관한 몇가지 사실

그 이름은 '신들의 음식Food of the gods',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트로피컬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오 나무는 '포드pod'라고 불리는 열매를 맺는다.

이 카카오 포드는 럭비공같이 생긴 열매인데, 열매를 열어보면 흰 과육에 쌓인 씨앗이 잔뜩 들어있다.





카카오 열매 과육에서 나오는 생효모와 박테리아는 둘러싸고 있던 카카오 빈(씨앗)을 자연적으로 발효시켜버린다. 마치 맥주나 요거트를 발효하듯이. 또는 김치?


발효 중에 에탄올과 아세트산, 젖산이 생성되고 카카오 빈으로 흡수된다. 그러면서 카카오 특유의 풍미가 형성된다. 아세트산은 식초 신 맛, 젖산은 요거트의 신 맛을 생각하면 된다.


빈투바 초콜릿 매장에 들어가면 시큼~한 향이 풍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식초의 시큼한 향과 같기 때문에 자칫 발냄새 같기도 하고 마냥 유쾌한 냄새는 아닐 수도 있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카카오의 향과 어우러진 그 시큼한 향이 신선한 초콜릿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 속에 점점 파묻힌다. 하지만 빈투바 매장이나 생산장을 다녀온 후 옷에 배인 시큼한 향을 지하철을 타면 오해받기 딱 좋다.



발효된 카카오 빈은 로스팅 과정을 통해 마이야르 반응을 얻는다. 이 과정을 통해 초콜릿색(갈색)을 얻게 되고 맛있고 강렬한 향을 얻게 된다. 마치 갓 구운 빵, 갓 볶은 커피, 갓 만든 스테이크의 향 처럼.



카카오 빈은 볶은 후 잘게 부수어지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압착기에 압착된다. 압착을 통해 카카오 버터가 분리되어 나오고 나머지는 카카오 파우더가 된다. (카카오 케이크라고 불리는 건조 덩어리에서 카카오 파우더를 다시 분리함)


카카오 파우더, 카카오 버터, 설탕을 넣고 압착 실린더 사이에 굴린다. 이것을 콘칭conching이라고 부른다.

콘칭을 통해 초콜릿의 입자가 점점 더 고와진다. 콘칭을 거치지 않거나 짧게 거친 초콜릿은 입자가 거칠고 크기 때문에 혀에서 까끌하게 느껴진다.


초기 빈투바 초콜릿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초콜릿들은 커버춰 초콜릿보다 식감이 까끌까끌하고 덜 부드러웠다. 요즘 빈투바 초콜릿들을 콘칭 기술도 발전해서 전혀 까끌함 없이 매끈하게 잘 나오는 빈투바 초콜릿들이 많다.

*빈투바 초콜릿은 직접 카카오 빈을 구매해 초콜릿을 만드는 제조과정까지 전부 하는 것

*커버춰 초콜릿은 초콜릿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나오는 것. 품질이 좋고 카카오 버터 함량이 높아 전문가용으로 제작된다.



초콜릿 입자 크기를 재는 단위, 마이크론


1 micron마이크론 = 1/1000mm밀리미터.

1 밀리미터의 1000분의 1이 1마이크론이다.


콘칭을 오래 거칠수록 초콜릿 입자는 고와진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너무 너무 곱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다. 콘칭 과정에서 카카오의 풍미 향상이 이루어지지만 지나친 콘칭은 풍미를 잃게 되고 맛을 느끼기 좋지 않은 입자가 되기 때문이다.


유럽식 초콜릿의 경우 입자는 18마이크론 정도로 곱게 만든다. 미국 초콜릿의 경우는 30마이크론 정도라고 한다. 빈투바 초콜릿의 경우 초콜릿 메이커마다 다르겠지만 호주 멜번의 한 유명한 곳에서는 한 종류의 초콜릿마다 약 30일간 콘칭을 한다고 한다. (몇 마이크론이 되는 지는 모르겠다.)


초콜릿 콘칭에 관한 더 자세한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화이트 초콜릿에 대한 논란.

화이트 초콜릿을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초콜릿 YES.

초콜릿의 주요 성분은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 그리고 설탕이다.


이전에 화이트 초콜릿을 초콜릿이라고 하지 않겠다는 논란이 생긴 이유는 일차적으로 화이트 초콜릿에는 카카오 매스 성분이 없으며, 이차적으로 카카오 버터 성분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파는 저렴이 초콜릿은 카카오 버터는 커녕 팜오일로 초콜릿 대체품을 만들어 초콜릿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카카오 성분이라는 것이 화이트 초콜릿에 매우 적거나 없었다.


원래 화이트 초콜릿도 카카오 버터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초콜릿의 범주에 들어간다.

요즘은 화이트 초콜릿의 카카오 버터 함량이 30% 이상으로 나온다. 밀크 초콜릿과 유사한 수준이다. 밀크 초콜릿의 경우 40% 내외로 나오는 추세인데 여기에는 카카오 매스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서 카카오 버터 성분 함량만 따지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결론적으로, 화이트 초콜릿도 초콜릿이며 품질 좋고 카카오 버터 함량이 높은 커버춰 화이트 초콜릿을 취급하면 된다.



왜 초콜릿 표면에 보기 싫은 흰 무늬가 생기는 걸까?


카카오 버터의 성질 때문이다. 카카오 버터는 온도에 따라 입자의 크기(성질)이 달라지는데 초콜릿 보관 온도 권장 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 초콜릿 속의 카카오 버터 성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얼룩덜룩한 무늬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맛과 식감에도 큰 영향을 끼치므로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상한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하세요.




싼 초콜릿의 맛이 형편없는 이유


마블링이 조화로운 값비싼 소고기를 생각해보자. 소의 사육 환경도 우수하고 그 과정이 명백히 공개된다. 보기에도 윤기가 좌르를 흐르고 입에 넣으면 팡 터지는 육즙과 함께 풍미가 가득 입 안을 감싼다. 별다른 양념을 할 필요도 없으며, 혀에서 살살 녹고 씹는 맛도 있으면서 아주 부드럽게 끝마친다.


그에 반해, 싸고 질긴 소고기는 어떻게 그 소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사육되었는지도 확실치 않을 뿐더러, 윤기도 거의 없고 식감도 구리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온갖 양념에 절여두어야 한다.


이제 초콜릿을 살펴보자.

고급 초콜릿은 카카오의 생산, 재배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명백하게 밝히고 플랜테이션과 협업한다. 품질 좋은 카카오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카카오마다 특성을 살려 초콜릿을 제조한다. 그렇게 탄생한 초콜릿은 입에서 살살 녹고 풍미가 가득하며 초콜릿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진정한 탐닉의 존재이다. 카카오 함량이 높아 건강에도 좋으며(항산화 성분 및 몸에 좋은 다량의 물질 풍부) 기분도 좋아진다.


값 싼 초콜릿은 카카오의 생산, 재배 환경이 어떠한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카카오의 흑역사인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값 싼 대량 생산 카카오를 이용해 맛을 내고자 설탕과 우유를 때려부어 달디 단 초콜릿으로 탄생시켜 버린다. 입에서 살살 녹는 느낌도 적고 풍미도 굉장히 약하다. 비싼 카카오 버터를 사용하는 대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팜오일을 사용해 제조한다. 팜오일은 혀에서 말끔히 녹지 않는다. 그래서 초콜릿을 먹고난 후 혀에 기름기가 낀 듯한 느낌이 남는다.





초콜릿에 독성이 있다?

신의 음식을 모두가 먹을 수는 없는 가보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 강아지는 초콜릿을 먹으면 치명적이다.


왜 강아지는 초콜릿을 먹으면 안되나요?

강아지, 개가 초콜릿을 먹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초콜릿의 주요 성분인 테오브로민은 각성 효과를 내는데 사람에게는 카페인보다 약한 효과를 내는 정도이지만 강아지에게는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애완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먹다 남은 초콜릿을 까먹고 침대에 두지 말자.


인간인것은 정말 축복이다. 초콜릿이 인간에게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복어 같은 인간에게 독성이 있는 물질도 어떻게든 소화시키고 먹을 수 있다니. 대단한 존재이다...




                                            (주인님, 전 초콜릿 말고 딴 거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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