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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버터 실크

cacao butter silk

by 진지한 초콜릿

카카오 버터와 템퍼링


카카오 버터는 초콜릿의 원재료로, 초콜릿을 템퍼링해서 사용해야하는 주요 원인이다.

카카오 버터는 총 6가지의 녹는점과 크기가 다른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5번 째 결정체인 '베타 결정체'는 녹는점이 33.8도씨이다.

베타 결정체는 6가지의 카카오 버터 결정체 중 가장 '안정적'인 형태이다.

안정적이라는 뜻은 초콜릿이 굳었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 매끈하게 굳는다는 말이다.

5번 미만의 1~4번 결정체들은 그 결합과 성질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굳기 전의 초콜릿에 5번 결정체 없이 존재하고 있으면 초콜릿이 제대로 굳지 않거나 블룸이 생긴다.

블룸이 생긴 초콜릿은 얼룩덜룩하여 보기 좋지 않으며, 매끈하게 굳지 않았기 때문에 입 안에서 녹는 식감 조차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식감에 더해 혀에서 녹는 속도도 제각각이 되어버려 제대로 된 초콜릿의 맛과 향을 느끼기 어렵다.

또한 수축성이 좋지 않아서 초콜릿 몰드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 덕지 덕지 붙어있게 된다.


IMG_0857 2.JPG 진지한 초콜릿: 팻블룸이 생긴 초콜릿




많은 이유로 초콜릿을 사용할 때는 '템퍼링(전-결정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사용하는 초콜릿에 5번 결정체인 '베타 결정체'를 충분히 생기게 해 준 다음 초콜릿을 만든다.


템퍼링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방법이 다양한 이유는 각 결정체들의 녹는점이 다르다는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템퍼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탬퍼링tempering'은 필요한 결정체를 부여하고 남기는 과정으로, 초콜릿이 잘 굳는 것은 결국 그 결정체가 굳는 것이기 때문에 '전-결정화 pre-crystallisation'라고 하며, 템퍼링이 잘 되어 굳은 초콜릿은 결정화 된(crystallised) 초콜릿(또는 템퍼된 초콜릿)이라고 한다.



카카오 버터 실크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템퍼링의 원리는 사용할 초콜릿에 베타 결정체를 부여해놓는 것이다.

보통 대리석법(tabling)과 씨딩법(seeding/incubating)을 많이 사용한다.


카카오 버터 실크는 5번 결정체의 녹는점인 33.8도씨 바로 아래에서(32.8~33.5도씨) 카카오 버터를 충분히 두어(incubate) 5번 결정체 미만의 결정체들은 없애버리고 5번 결정체만 남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온도를 약 33.5도씨로 유지해두기 때문에 마요네즈같은 페이스트 질감이 된다.

그 부드러운 텍스쳐 때문에 '실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부드러운 텍스쳐 덕분에 초콜릿이나 다른 템퍼링이 필요한 재료(잔두야나 가나슈 등)에도 쉽게 잘 섞을 수 있다.

카카오 버터 파우더 형태인 미크리요도 같은 기제로 작용하지만 가루 입자가 초콜릿에 완전히 섞이지 않고 조금 남아있거나 보일 수 있는데 그 때는 핸드 블렌더로 갈아주어야 한다.

카카오 버터 실크는 이런 점이 덜하지만 혹시 사용 때 온도가 조금 낮아서 뭉치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핸드 블렌더나 스패출러를 이용해서 잘 풀어서 섞어주면 된다.


cacobutter silk image.jpg 진지한 초콜릿: 카카오버터실크(image fx)



카카오 버터 실크 만들기


카카오 버터 인큐베이팅을 24시간 정도 충분히 하게 되면 베타 결정체만 남고 질감도 실크가 되어 카카오 버터 실크가 완성되는데 24시간보다 빠르게 사용해야 할 경우는 카카오 버터 자체를 이미 32~34도씨 범위에서 템퍼링해서 인큐베이팅을 하면 된다. 그러면 몇 시간만에(4시간 정도) 카카오 버터 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초콜릿(카카오 버터)을 템퍼링하는 요건에는 온도, 움직임, 시간이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베타 결정체가 더욱 증식하고 결합이 단단하게 된다.


진지한 초콜릿 유튜브 영상에서 카카오 버터 실크를 사용하는 것은 보여준 적이 없는데, 소량을 가끔 작업할 때는 실크를 만드는 게 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량작업을 하거나 매일(또는 자주) 초콜릿 작업을 한다면 카카오 버터 실크는 아주 유용하다.


카카오 버터 실크는 33~33.5도씨 정도의 범주에 계속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인큐베이팅 기계(매직 템퍼 등)을 계속 켜두는데, 기계를 계속 켜두지 않고 카카오 버터를 식혀서 굳혀도 된다.

그렇게 템퍼링이 된 카카오 버터는 아주 단단하게 굳는데 그걸 곱게 그레이터(마이크로플레인)에 갈아서 미크리요처럼 사용해도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카카오 버터가 이미 베타 결정체를 잔뜩 가지고 있는 템퍼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가루 형태를 템퍼링을 하려고 넣어주는게 아니고 베타 결정체를 넣어주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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