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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vanilla

by 진지한 초콜릿

디저트계 최고의 향신료..바닐라!


바닐라향을 맡으면 아기 천사가 내곁에 와 있는 것만 같다.

보드랍고 달큰한 진한 바닐라.. 정말 이렇게 완벽한 스윗 향신료가 있을까 싶다.

바닐라는 아주 복잡하고도 섬세한 향신료이다.

최소 250가지의 아로마와 맛을 뿜어내는데(와인 안녕~) 바닐린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바닐린은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인지하는 바닐라 향인데 실제 바닐라 값이 꽤 비싸기 때문에 바닐린 향료만 첨가해 바닐라 에센스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 왜 진짜 바닐라를 사용한 것과 바닐라 에센스를 사용한 제품에 차이가 많이 나는 지 알 수 있다!)



오리지널

바닐라 깍지의 원산지는 멕시코이다.

아즈텍 문명이 카카오 음료의 향을 돋구기 위해 바닐라를 숙성시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멕시코 원주민인 Totonacs 부족을 정복한 후였고, 16세기가 되어서야 스페인 사람들에게 바닐라가 전해지고 그들이 유럽으로 바닐라를 가져갔다.


멕시코 밖에서 바닐라를 기르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매번 실패하고 만다.

그 이유는 바닐라의 수정(pollination)을 해주는 Melipona Bees(또는 Stingless Bees) 또한 멕시코에 서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위니옹(Réunion) 섬의 노예였던 Edmond가 나뭇조각으로 직접 바닐라를 수정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덕분에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Edmond가 고안한 방법으로 바닐라를 수정한다고 한다.



Tlilxochitl

아즈텍인들이 바닐라에게 붙인 나후탈어 이름은 'tlilxochitl' 이다. 틸쇼틿....이런 느낌?.... 발음이 너무 어렵다.



바닐라 3종

현재 바닐라 대표적인 3가지 종류는 Planifolia, Tahitensis 그리고 Pompona이다.

대표적인 종일 뿐이지 바닐라도 역시 여러 종이 존재한다. (구글에 검색해서 상위에 나오는 종만해도 23가지)


일반적으로 Planifolia종은 깊고 풍부한 부드러운 느낌, Tahitensis종은 달달하고 꽃향기같은 은은한 느낌, Pompona종은 우리에게 익숙한 바닐라향을 지니되 스모키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의 플레이버 노트를 가진다.



Image_fx (2).jpg (출처: 구글 이미지fx)



바닐라 원산지

요즘은 다양한 원산지의 바닐라를 접할 수 있는데 이 원산지들이 카카오 원산지들과 거의 동일하다.

두 작물 모두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인데,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 호주에서는 두 작물을 함께 경작하기도 한다.

바닐라의 종 뿐만 아니라 원산지도 바닐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는 부르봉(bourbon)바닐라라고도 불리며, 마다가스카르에서 재배되는 바닐라는 Planifolia 종이다.

처음 상업적으로 Planifolia 바닐라가 재배되기 시작한 곳이 마다가스카르 옆에 있는 프랑스 지령의 레위니옹(Reunion) 섬이었고 이 섬은 ile Bourbon이라고도 불리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 바닐라 = 부르봉(버번) 바닐라라고 칭해지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이 인근 지역(국가)들에서(레위니옹, 모리셔스 등) 나오는 바닐라들은 다 부르봉 바닐라로 분류된다.

아직까지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많은 부르봉 바닐라를 재배한다.

(시중에 가장 흔한 바닐라도 부르봉 바닐라이며 대부분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오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 바닐라의 시장 점유율이 아무래도 가장 높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카카오부터 바닐라, 시나몬, 쌀 등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에 너무 좋은 환경을 지닌 것같다.

습한 기후에 낮게 바람이 부는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는 바닐라는 대부분이 Planifolia종이지만 Tahitensis종도 함께 재배된다.

Tahitensis는 Planifolia에 비해 좀 더 짧고 통통한 모습이며, 부드럽고 향긋한 향에 감초의 느낌을 가진다.


파푸아뉴기니

PNG의 바닐라는 Tahitensis종으로, 유독 진한 검은 빛깔에 독특한 꽃향과 스파이시함을 지닌 것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싱글 오리진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




바닐라와 초콜릿, 그리고 디저트


초콜릿과 바닐라는 커플이다.

스몰배치 빈투바나 트리투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왠만한 초콜릿에는 바닐라가 들어간다.

커버춰 초콜릿의 라벨을 살펴보면 제일 마지막 부분에 레시틴과 바닐라가 적혀있다.

그렇게 아주 소량만 들어가도 바닐라는 풍미를 확 살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디저트 만들 때 바닐라는 빠질 수가 없다.

달걀이 사용되는 모든 레시피에 바닐라를 살짝 넣어주면 달걀 비린내를 잡아주고 바닐라의 아름다운 풍미를 넣어준다.

상큼하게 과일의 풍미가 튀어야하는 디저트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디저트에 바닐라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과일이 주인공인 디저트에도 바닐라로 포인트를 주기 좋다.


바닐라 에센스나 익스트랙만 사용한다면 실제 바닐라 빈을 꼭 사용해보길 바란다.

꼭 최상급이 아니더라도 바닐라 깍지를 직접 사용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향이 다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바닐라를 십분 활용하는게 효율적이다.

나는 몇년 전부터 바닐라를 긁어 쓰고 남은 깍지는 오븐에 저온으로 말리거나 식품건조기에 말려서 수분기를 제거한 후 갈아서 바닐라 파우더로 만들어 둔다.

바닐라 파우더는 그냥 바닐라 빈 긁어 쓰듯이 바로 재료에 넣어서 사용하면 되고, 디저트 서빙 전 마지막에 체로 살짝 뿌려서 바닐라 향을 극대화하고 디자인도 업그레이드 된다.



블루 바닐라 Bleue Vanilla


블루 바닐라는 L’Escale Bleue에서 개발한 바닐라 처리 방식으로 생산된 바닐라이며, Planifolia종을 사용해서 만든다.

블루 바닐라의 뛰어난 맛과 향 이외로도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바닐라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바닐라를 사용할 때 깍지를 열고 안의 씨앗을 긁어서 사용하는데, 블루 바닐라는 그냥 껍질 채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보통 바닐라는 바닐라 슈가를 만들기 위해 설탕에 보관하면 나중에 설탕이 수분을 흡수해 말라버리는데, 블루 바닐라는 마르지 않기 때문에 몇번이고 설탕을 채워넣을 수 있으며(바닐라 빈을 가르지 않고 통째로 넣어야 함), 이후 그냥 꺼내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닐라를 레시피에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와우!)



고급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여겨지는 블루 바닐라는 수량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품질이 뛰어나서 흔히 시장에 유통되는 형태는 아니다. (아래 링크에 보면 구매 가능 함)

유명한 셰프 중에서는 얀 꾸브헤Yann Couvreur가 블루 바닐라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아마 다른 많은 셰프들이 있을텐데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블루 바닐라는 바닐라를 숙성하는 방식에 차별을 준 것인데 2년 동안 바닐라 빈을 숙성시켜 화학품 사용 없이 바닐라 빈 자체가 풍미와 향을 최대한 흡수하고 머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2011년에 특허로 등록이 되었고, 2016년 International Taste & Quality Institute에서 3-star를 주며 극찬했다.


팁: 블루 바닐라를 사용할 때는 보관 통에서 꺼낸 후 10~15분 정도 open air에 뒀다가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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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후 변화에 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어도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최상의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보면 정말 경이롭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과 헌신이 들어가있을지...!

아, 그리고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엄청 크고 통통한 바닐라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다.

@galand_vanille






[참고]

https://monchynaturalproducts.com/news/understanding-vanilla/


https://en.reunion.fr/discover/gastronomy/fragrances-and-spices/blue-vanilla-is-a-variety-of-vanilla-like-no-other/


https://escale-bleue.fr/quest-ce-que-la-vanill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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