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커넥션 - 그대만 있다면
“개펄이라도 걸을까”
“그래”
걷는 동안 손을 잡은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따듯한 손의 포근함 외에는 개펄의 차가운 촉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일까. 그녀와 텅 빈 해변의 갯벌 위를 걷다가 물어봤다.
“지금 너의 기분은 어때?”
“편안해”
“다행이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끝이 났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벤치에서 그녀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잘 지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응? 우리 오늘 마지막 여행이라고 했잖아”
“아니. 난 너랑 있으면 편안함을 느껴. 못 헤어져.”
“무슨 말이야, 너 아까 전에 나한테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진다고 말했잖아”
“그건 너 테스트하려고 거짓말한 거야. 근데 넌 되게 좋아하더라.”
“제발.. 우리 정말로 그만하기로 했잖아. 이제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아”
“넌 날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있니?”
“내 대답은 똑같아. 널 사랑하지만 계속 함께 할 순 없어. 그 말은 우린 언젠가 헤어진다는 뜻이고 여기서 더 만나봐야 서로만 힘들어질 뿐이야. 너도 알잖아. 여기서 좋게 끝내자.”
“넌 역시 변하지 않는구나. 그거 사랑 아니야. 나 갈게.”
토라진 그녀가 점점 눈앞에서 사라져 간다. 이런 결말을 원한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찝찝함을 남긴 채 우리의 인연은 끝이 났다. 헤어지고 시간이 흐르자 그녀가 내게 해줬던 여러 말들과 행동들이 떠올랐다.
내 사랑. 굿모닝
알았어. 조심히 가요.
자기야, 보고 싶어.
강아지처럼 나를 보면 항상 웃으며 달려와 내 품에 안기던 사람. 그 말들과 행동들이 그녀의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별 후에 더욱 실감하고 있다. 처음에는 후련했는데 이젠 가끔씩 가슴 한편이 에려온다. 좋은 이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좋은 이별을 위해 내가 한 행동들은 그녀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좋은 이별이란 결국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결국 첫사랑이 내게 그런 것처럼 나도 그녀에게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만큼 누군가를 이렇게나 사랑해 본 느낌은 처음이라며? 그 감정이 고작 한 달짜리 유통기한인 거야?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방 접어두기로 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 것도 내가 먼저 자초한 일일뿐이다. 그저 그녀가 만나는 사람이 그녀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