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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ga Nov 20. 2022

굴라쉬

굴라쉬 goulash - 혹은 구야시?


동네에 수입 쇠고기를 저렴하게 파는 정육점이 있다. 대략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살 수 있는데, 가격의 메리트에 더해 동네 장사가 주는 장점도 크다. 고기를 직접 살피고 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더하여, 사장님의 이런 저런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가격표 안붙은 다짐육을 대충 눈대중으로 엄청 저렴하게 주신다던지, 손질하고 남은 짜투리 스지 같은걸 서비스로 주시기도 하고. 갓김치 서비스로도 유명하였고. 한 마디로 우리 동네 자랑이다.  


여기엔 척아이롤 같은 저렴한 부위도 쌓아두고 파시는데, 어느 날은 사장님이 꽤 좋아보이는 덩어리를 수줍게 들어 권유해 주시더라. 대충 보기에도 마블링도 많고 살치살 비중이 큰 좋은 덩어리인듯. 마침 날이 쌀쌀해지고, 이렇게 덩어리 고기가 생기면 뜨끈한 스튜를 떠올리게 된다. 


굴라쉬는 헝가리식 소고기 스튜라 한다. 내가 또 헝가리도 못가봤다. 오리지널을 먹어보지 못한 음식 중 하나이기는 한데, 그래도 상상은 좀 되는 그런 면이 있다. 어딘가 낯선 나라에서 하루 종일 헤매고, 어둑해 진 후에야 고단한 몸으로 식당에 들어가서, 다소 이국적이면서 동시에 익숙한 뜨끈한 고깃 국물을 한 스푼 크게 떠서 목으로 넘기는, 그래서 온몸의 경직이 풀리며 마음이 차오르는 그런 체험이 떠오른다. 이 음식을 먹고 있으면. 


다시 말해 이 음식의 본질은 소고기 감자 스튜. 그러니까 일반적인 소고기, 감자, 토마토, 양파 정도가 몸통이 되는 재료다. 여기에 파프리카와 파프리카 파우더, 그리고 캐러웨이 시드와 충분한 양의 이탈리안 파슬리를 넣어서 끓이면 다소 칼칼하면서도 이국적 향이 더해진 고깃 국물 굴라쉬가 완성이 된다. 굴라쉬 한 그릇을 비우면 몸에 열이 올라온다. 쌀쌀함에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약간의 이국적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취향의 너그러움이 있다면, 누구라도 만족하고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그 이국적임이 크게 도드라지지도 않고, 불호도 별로 없을 정도 수준인 것 같다.


라구 끓이는 것 보다는 조금 낫지만 이것도 이런 저런 재료 손질에 시간을 좀 써야 한다.
해가 있을때 시작했는데, 감자가 푹 익도록 끓이니 조금 늦은 저녁 시간이 되었다. 


앞에서 말한 여행의 느낌이 언제 있었더라, 잠깐 멈추어 가만히 생각해 봤다. 맞네, 혼자 갔던 카파도키아에서 춥고 지친 기분에 항아리 케밥을 먹을때 정확히 그런 기분이었다. 익숙한데 새로운 서양식 갈비찜 이 주는 따뜻함. 떠올리다보니 그런 여행 다녀본지가 오래라 그립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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