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언어로 나를 안아줘
학창시절에 반 아이들끼리 롤링페이퍼를 돌린 적이 있다. 그때 나와 친했던 여자아이가 내 페이퍼에 적어냈던 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넌 비밀이 너무 많아"
그 짧은 문장 속엔 분명 아플정도로 뾰족한 가시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 이야기를 많이 할 수록 손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랬다. 내 이야기가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는게 싫었다. 사춘기 소녀들의 철없는 대화에 화제거리가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말을 아끼는 대신 더욱 잘들어주려 애썼고, 되도록 긴 글은 쓰지 않고 읽기만했다. 그렇게 깊은 곳에 내 서사를 감춰두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잘 안다. 최근에 나는 누군가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다. 내 이야기를 늘 따뜻하게 들어주고, 내가 짓는 문장을 사랑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깊은 곳에서 조금씩 무언가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누군가 당신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던가, 말을 걸어온다면 그 사람을 따뜻한 언어로 안아줘라. 그 누군가는 지금 당신에게 용기를 얻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