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말인지 알지?

by 진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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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말인지 알지?”

나는 늘 말끝마다 이 말을 붙였다. 어느 정도 얘기를 했을 때, 상대가 이미 내 의도를 간파하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문장이었고, 말을 마치기에 간단한 방법이었다.


“뭔 말인지 알지?”

통화하던 그가 이 말을 했고, 온전히 나의 언어라고 생각하던 그 문장은 더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을 빌미로 우리는 격렬하게 서로의 언어를 베껴 갔고, 더한 가까움을, 비슷함을 느꼈다.


빠르게 가까워진 탓이었을까, 순식간에 불타오른 감정은 뜨거워할 새도 없이 바르르 식어버렸다. 그와의 만남이 기대보단 의무로 가득해졌고, 우리는 늘 싸웠다. 멀어진다는 것을 서로 느꼈고, 헤어짐은 시간문제였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됐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이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가 사라진 일상에 금방 적응했고, 서로 알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그의 말을 썼다.

의도하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고, 갑작스러웠기에 어떠한 방어 없이 그의 기억이 나의 마음을 움켜잡았다. 아쉽고 미안하고 슬펐지만, 아쉬운 대로 미안한 대로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나에게서 멀리 떠나 간 사람이니까.


궁금하다. 그도 나에게서 복사해 간 언어로, 나를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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