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성공 공식에 대한 초진지한 고찰
5년 전에 첫 기획을 했고, 작년 코로나 시작부터 준비만하다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들어간 프로젝트 대반전 나이 추리쇼 <너의 나이가 보여>. 내 기획 의도와 추진 의지가 확실하면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일단 잠시 닫았다가 다시 런칭하는 것으로 긴급히 정리를 했다. 별도의 채널을 통해 빠르게 다시 업로드할 예정이다.
사사로운 한 개인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우리 삶의 지표로서 논의하기에 적절한 주제라고 판단이 되어 글을 적어보려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도 이와 같은 갈등과 차이는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어떻게 해야 하고, 음향은 어떻게 해야 하고, 영상 길이는 어떻게 해야 하고,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하고, 자막은 어떤 게 유행이고 하는 등의 이른바 '유튜브의 성공 공식' 같은 걸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야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튜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조언을 주는 분들에게는 참 고맙다. 미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조건들이 많아질수록 초심자인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멘붕이 온다. 그렇게 모든 것을 반영하고 적용하다 보면 결국 초기의 본질은 사라지고 이상한 누더기 같은 결과물만 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작년에 영화 리뷰 유튜버 '고몽'의 <유튜브 이야기>라는 책을 정독한 적이 있었다. 몇 년간 그가 경험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꿀팁을 전수해 주는 내용이다. 책 속에는 정말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정말 그 내용대로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아니올시다'이다. 조언을 주시는 수많은 사람 그 누구보다도 나는 많은 이론적 지식을 꿰고 있는 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공기와 자기 계발서. 그걸 읽는다고 모두가 스티브 잡스나 저커버그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서 나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얻으면 그나마 성공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보며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만큼 미련한 일도 없다. 본질은 본인 스스로인데, 겉치레가 바뀐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가 성공했기 때문에 그의 삶이 성공의 공식처럼 보일 뿐이다. 책에는 없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본인 조차 모를 수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변수들이 화학적, 물리적, 시간적, 운명적 결합을 해서 우연히 성공에 이른 것이다.
다시 유튜브로 돌아와서
영상을 15분 미만으로 편집해야 한다. 안 그러면 채널 돌아간다.
15분 넘는 컨텐츠는 무조건 망한다고 할 수 있나?
유튜브는 좀 자극적이어야 해.
슴슴하기 짝이 없는 100만 유튜버는 별 나라에서 왔나?
음향과 카메라 구도가 어설퍼.
당연히 개선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것이 성공의 필수 요소인가?
자막 폰트가 좀 별론데.
자막 하나로 안 볼 사람이 보고, 볼 사람이 안 보고?
유튜브 세상에는 정말 가지 각색의 콘텐츠가 존재한다. 흔히들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골드 버튼을 받은 유튜버들 중에 한 절반 이상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공의 기준에 미달하는 채널이다. 그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성공의 길에 들어서 있는 것 뿐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사후적으로 그 사람의 성공 스토리에 주목한다.
즉 성공의 공식을 따라서 성공을 한 것이 아니고,
성공을 하니까 그가 성공의 공식이 된 것이다.
이는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다.
배우라면 무릇 잘 생겨야지.
못 생겨도 매력과 개성과 노력으로 성공한 배우들이 즐비하다.
개그맨이 개인기도 하나 없어?
개인기 없이도 유재석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노래도 못하면서 무슨 가수냐?
전달하려는 메시지만 확실하면 랩도, 타령도, 허밍도 다 최고의 노래다
대학은 나와야 사람 구실하고 살지.
고졸이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한 노무현 대통령을 보라
너 같은 성격으로 무슨 회사를 한다고. 걍 회사나 잘 다녀.
해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내 성향이 회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 회사를 만들면서부터 회사의 어설프나마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연봉부터 휴가까지 모든 것을 큰 틀 안에서 계획적으로 움직이되 성과가 났을 때는 확실한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세세한 직원들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면서도 개인과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만약 내가 남들 하는 대로 공식대로 했다면 과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공식은 그저 공식일 뿐이다. 그것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내가 아무런 시스템도 없이, 직원들한테 갑질 해가며, 협력사들 비용 지급 미뤄가며, 광고주한테 뒤통수 쳐가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은 그 공식대로 해서 성공했을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은 절대 그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유튜브라면 컨텐츠의 본질, 사업이라면 업의 본질,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본질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공식을 따라만 가면 100전 필패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본질을 끝까지 뚝심 있게 지키면서 다른 사람들의 방식 중 나에게 맞는 옷을 갈아입어가며 나만의 공식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나만의 공식'이 단번에 '나만의 성공 공식'이었으면 좋겠지만 수많은 '나만의 실패 공식'을 겪은 후에 비로소 '나만의 성공 공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자기 스스로 성공한 삶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너의 나이가 보여>는 일단 기존 채널을 삭제하고, 다시 0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여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다시 받아보려고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 '나만의 공식'을 만들어 낼 것이고,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반드시 '나만의 성공 공식'을 찾아낼 것이다. 다시 재오픈하는 날 독자 여러분들에게 채널을 찾아주십사 부탁드리려고 한다. 일단 <너의 나이가 보여>는 잠시 안녕!
I will be back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