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들의 흔한 착각 시리즈 5탄
5년 전 3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코로나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하고 정확하게 30명이 되었다. 중소기업 5년 이상 생존 확률 26%를 뚫고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테지만, 호칭과 존칭에 대한 관리 부분이 그중 한 가지인 것만은 확실히다.
우리 회사에는 일반적인 취업규칙이 아닌 우리 회사만의 [rule book] 이 있는데, 처음 5페이지로 시작한 이 [rule book]은 현재 24페이지짜리 [rule book 4.0]까지 업데이트되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직원들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기본적인 회사 정보 및 회사가 직원들에게 하는 약속으로 이루어진 규정집이다. 이 [rule book]에 초기부터 빠지지 않고 담겨 있는 필수 항목이 바로 이 <호칭 사용 관리> 항목이다. (이 [rule book]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글로 다시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나는 회사 직원들에게 반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가장 직급이 낮은 직원이나 새로 들어온 직원일수록 더 철저하게 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이다. "ㅇㅇ야"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ㅁㅁㅁ 좀 빨리해"라고 나오지만, "ㅇㅇ님" 혹은 "ㅇㅇ대리님" 다음에는 "ㅁㅁㅁ 좀 빨리 부탁드려요"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반말=하대', '존댓말=존중'이라는 공식을 100%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십중팔구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메신저로 이야기할 때 99% 존댓말을 사용한다. 오히려 반말로 말하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어렵기만 하다.
대표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니까 고참급 직원들도 팀원들에게 함부로 호칭을 쓰지 못한다. 호칭 하나로도 전체적인 회사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고, 설령 후배 직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호칭을 제대로 부르지 않고 반말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바로 나와의 단독 면담에 들어간다.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아무리 둘 사이가 사적으로 친하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만큼은 무조건 제대로 된 호칭과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게 원칙이다. 처음엔 다들 어려워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불만이나 반발도 많았다. 하지만 직원이 10명을 넘어가고, 20명을 넘어서, 30명까지 오니 처음부터 이 원칙을 정해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직원 두 명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1명이 백신 접종 완료) 두 명 모두 다른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직 직원이었는데 우리 회사에 처음 와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 바로 대표를 포함한 상급자들이 존댓말로 업무 회의 및 지시를 한다는 것이었다.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도 마냥 신기하다고 했다.
"아주 작은 회사도 아닌데 대표님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실무 회의도 하고 필요할 땐 현장에서 같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낯설더라고요. 늘 반말과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는 회의가 일상이었는데, 서로 존중하면서 회의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의견도 더 많이 내게 되고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하나라도 더 찾아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 대비 훌륭한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우리 광고주들이나, 협력사를 통해서 항상 우리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이다. 우연히 우리 회사에 성격 좋고, 실력 좋은 직원들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회사와 직원이 함께 만들어 간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회사가 직원을 최대한의 매너로 대해주니, 직원들도 회사의 업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는 성향으로 바뀐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 중간에 이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계의 다른 회사 대비 이직률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일반 직원들이 사전에 회사에 대한 리얼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회사가 많이 생기고 있다. 직장은 엄연한 일터이지, 누군가의 스트레스 해소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우리 직원들도 고참이 되거나, 임원 혹은 회사의 대표가 될 것이다. 그럴 때 직원에게 군림하는 '보스'가 아니라, 직원원들의 고충을 함께 공감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대반전 나이 추리쇼 <너의 나이가 보여> Junstone 작가님 출연
: https://brunch.co.kr/@zinzery/247
* 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그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 창업 실화 스릴러 소설 <세상을 바꾸는 연:결> 드디어 9월 12일 (일) 완결
: https://brunch.co.kr/brunchbook/connect
* 브런치북 - 중소기업 극한 생존기 I
: https://brunch.co.kr/brunchbook/start-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