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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Sep 01. 2021

회사가 '내 꺼' 라는 착각

중소기업 대표들의 흔한 착각 시리즈 4탄

본 글은 제 브친인 <기업시스템코디>님이 얼마 전 올리셨던 글과 일부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래 제 생각과도 많은 부분 일치하기도 하고 최근에 겪은 사례도 있고 해서 제 브런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 작가님 오해 마시길요. ^^



코로나 시국에 월급 주는 걸 감지덕지해야지.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나가라고 해!


얼마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자 3명과 차를 한잔하게 되었다. 다들 행사 현장에서 힘들게 부대끼는 관계라 대표자들은 물론 직원들과도 자주 교류하는 막역한 관계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대표 A. 나 역시도 A의 직원과도 현장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회사가 한참 잘 나가던 2019년 당시 A는 본업 외에 프랜차이즈와 여자 친구의 샵 오픈에 회사의 비용을 상당 부분 차용해서 썼고, 직원들도 현장에 여러 가지 세팅 작업에 동원되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본업은 물론 프랜차이즈와 여자 친구의 샵 역시도 심각하게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다. 프랜차이즈는 결국 헐값에 매각을 했고, 여자 친구와는 결별을 했다. 본업 역시도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아 매달 급여날이 되면 여기저기 어렵게 수금을 하러 다녀야 했다. 그런 와중에 뜨내기 직원들은 다 그만두고, 초창기 시작했던 친구들만 회사에 남게 되었다.


회사는 급격히 어려워졌지만 A는 그래도 급여를 밀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서 현재까지는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쌓여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다 밝힐 수는 없지만 크게는 사적인 개인 사업에 회사의 돈을 끌어다 쓴 점. 개인 사업에 직원들의 용역을 동원한 점. 결국 코로나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개인 사업의 무리한 투자로 인해 회사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진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대표 A와 직원, 양쪽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차마 그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A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인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데 다른 대표 B가 그 말을 불쑥 꺼내고 말았다.


B : "너네 직원들이 엄청 불만 많은 거 알고는 있지?"


이미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들은 A는 갑자기 폭발했다.


A : "코로나 시국에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꼬박꼬박 월급 안 밀리고 주는 것도 감지덕지해야지.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그냥 그만두라고 해!"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대표 A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려운 와중에 힘들게 수금해서 월급 안 밀리고 잘 주고 있고, 직원들이 잘 알면서도 그런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의 분노도, 직원의 불만도 모두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만약 나보고 꼭 한쪽의 입장에 지지 표명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직원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회사의 비용으로 사적인 투자에 사용하고, 그 업무에 직원들을 동원한 것 자체가 가장 원초적인 잘못이다. 코로나로 회사와 개인 투자가 어려워진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대표 A의 잘못을 나열해 보자.


1. 회사의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

2. 회사의 인력을 사적으로 동원

3. 투자의 책임을 코로나에 전가

4. 월급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싫으면 나가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 회사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내"가 만든 회사에서, "내" 회사의 돈을 투자했고, "내" 자금을 손해 봤지만, "내"가 노력해서 월급 줬는데, 불만이 있으면 "내" 회사에서 나가줘.




비단 대표 A의 문제만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 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 80% 이상 A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으니, 내 회사 맞잖아"하는 마음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 혼자서 개인 사업자를 내고 아르바이트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일을 했어야 했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현재 메인 클라이언트를 영입한 건 온전히 "나"의 인맥이었다. 하지만 그 클라이언트도 "나" 혼자였다면 우리 회사에 일을 맡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직원들과 조직의 면면을 보고 우리를 선택했을 것이고, 결국 그 일을 "내"가 아닌 "우리"가 힘을 합쳐 과업을 완수했기 때문에 계속적인 거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언젠가는 우리 직원들도 회사에 불만을 가지는 날이 올 것이고, 또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모든 직원들을 만족시키는 '완벽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부족한 사람이고, 우리 회사도 아직 채워야 할 빈 틈이 많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밀리지 않고 제 때 준다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의무일 뿐이다. 그것을 자랑거리로 삼거나 대단한 것을 베풀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각각 임금과 용역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므로 그것으로 생색을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PS)

혹여 이 글을 보는 대표님이 있다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은 누구나 다른 것이니, 저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회사라는 생각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쾌적한 환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물론 내가 생각을 고쳐 먹는다 해도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지내온 시간만큼 변하는 시간도 더디겠지만, 분명한 건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직원들도 어느 순간 달라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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