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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ug 25. 2021

중소기업에 사람이 없다는 착각

중소기업 대표들의 흔한 착각 시리즈 3탄

중소기업에는 늘 사람이 부족하다. 대한민국 전체 근로자 중, 무려 83~86%에 달하는 사람이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데, 왜 중소기업의 대표자들은 왜 늘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걸까? 오늘은 그 이유를 제대로 낱낱이 분석해보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람의 뇌피셜일 뿐이다.


중소기업의 대표자는 항상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의 경우에는 회사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면접을 보기로 약속한 10명 중 면접장에 딱 1명만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무려 90%의 인원이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약속까지 하고 면접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너무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변변한 이력도 없는 회사의 무엇을 믿고 자신의 미래를 흔쾌히 맡길 수 있겠는가.


요즘 청년 세대는 너무 대기업과 공기업만 찾는다며 혀를 차는 중소기업 대표자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기왕이면 좋은 대학 가고, 기왕이면 좋은 회사 들어가고 싶은 게 뭐가 그리 잘못된 것인가. 대기업만큼 좋은 환경의 중소기업이라면 너도나도 가고 싶어서 줄을 선다. 중소기업에 가면 고생하고, 몸 상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 게 뻔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 스스로는 좋은 인재를 맞이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저 '청년들의 대기업 바라기' 비난하는  옳지 않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청년들은 대기업과 공무원 준비에 목을 메고, 중소기업 대표자들은 인재가 없다고 투덜대는 일은 과연 지금 세대만의 문제였을까?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동기들 중에 대기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그때 대기업 준비에 올인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 이렇나 맹목적 대기업 쏠림 현상을 마치 MZ세대만의 특징인 것처럼 어쭙잖은 훈계를 하고 있다.




1. 중소기업 사례 A


30~40명 규모로 연 매출 150억 내외를 유지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대표자를 포함하여 핵심 임원진 3명이 모든 영업을 총괄하고, 나머지 실무자들이 그 일들을 공장처럼 찍어 낸다. 야근은 당연한 것이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회사는 매년 폭풍 성장했고, 강남에 노른자 땅에 번듯한 사옥을 지어 새로 입주했다.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자 직원들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고생한 만큼 적절한 보상이 따르리라고.


하지만 매년 핑계는 새로웠다. 원래 회사 빚이 많아서 갚았다, 사람을 많이 충원해서 운영비가 늘어났다, 생각지도 못한 영업비가 많이 들었다 등등. 그러다 최고의 매출을 찍었던 그 해 변명이 압권이었다. 새 사옥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 인센티브를 주지 못한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댔다. 그 해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 회사는 업계에서 나름 큰 회사에 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많은 사람들이 그만둔다. 본인들은 왜 직원들이 자꾸 그만두는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게 맞는 것 같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가던가'



2. 중소기업 사례 B


20명 규모에 매출 60~100억을 오르내리는 중소기업이 있다. 직원들 구성만 놓고 보면 괜찮은 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인원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도 제법 나는 회사이다. 대표자는 인정도 많고, 호인으로 소문이 난 사람이다. 그런데 잡플래닛 회사 평가에 들어가 보면 평가가 아주 가관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표자가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자기 기분에 따라 회사를 운영한다. 회사가 높은 이익을 기록해도 규정이 없으니 주고 싶으면 주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다. 특정 직원들을 매우 편애하는 편이고, 그 그룹의 직원들에게는 연봉을 팍팍 올려준다. 그중 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좀 쉬었다가 다시 오라며 그때까지 몇 달간 월급을 지원했다. 또 한 여직원이 결혼해서 출산을 하고 복귀하니 엄마가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며 갑자기 이상한 보직을 만들었다. 단순 자료조사와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아주 편한 업무를 제공하며 그녀의 칼퇴근을 보장했다.


그런 어이없는 보상이 특정 직원들에게만 편중되자 나머지 직원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또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어차피 자신이 바꿀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었고, 다니면 다닐수록 자기만 바보가 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대표자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은 바닥을 치고, 인재들은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럼 지도 나한테 잘 보이던가'




사람을 중요시 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마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크게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다녔던 많은 중소기업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승승장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에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대표자들은 부디 가장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권한다.


* 자신은 인재를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되었는가.

* 대기업을 포기하고 올 만큼의 매력 있는 중소기업인가.

* 인재를 찾기 전에 지금 함께하는 직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현재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핵심 인력들은 내부 직원의 소개로 온 경우가 많다. 일단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지인에게 추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편한 일임을 잘 알고있다. 잘 돼야 본전이고 아니면 뺨 석대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추천하지 않을 텐데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와 후배들을 데리고 와주었다. 지금 그 직원들은 회사의 주축 직원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나 웬만한 중견기업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연봉이다. 하지만 최소한 직원들이 보기에 납득이 되는 보상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 서운하거나 소외되는 일 없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성과가 잘 나오면 적절하게 보상하고,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챙겨주니 직원들은 그 어느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은 퍼포먼스로 회사에 보답한다.


중소기업치곤 장기 근속자가 많은 편이다. 만 5년 회사를 운영했는데 3년 근속에 지급하는 (로고 박힌) 금3돈을 벌써 9명째 받아갔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매우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지옥같은 중소기업 시장에서 그들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서울역을 배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소기업은 언제나 위기이다. 하지만 그 회사의 조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회사에 실망할 때, 진짜 위기는 그때 찾아올 것이다. 영업도 중요하고, 매출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만 더 집중하길 바란다. 멀리서 훌륭한 인재를 찾기 전에 내 옆에 있는 인재를 찾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더 쉬운 일이다. 인생은 아이러니하게 돈을 따라다닐 땐 돈이 나를 도망 다니지만, 돈 보다 사람을 쫓다 보면 돈이 나를 쫓아오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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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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