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노오력'의 상관관계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라 조금은 민망하지만 꼭 한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 용기 내어 글을 적어 본다. 그렇다. 일단 인생에서 '노오력'은 디폴트 값이다. 그 기본적인 노력에 일정 부분의 운이 작용되어야만 성공이라는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 그 노력과 운의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칠기삼' 혹은 '운칠노삼'이라는 말 자체에 운의 비중이 더 높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운이 7이고, 노력이 3이다. 왠지 억울하지 않은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억울해하지 마시라. 이 말속에는 사실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운처럼 보이는 것들도 결국 본인들의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1.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던 역주행의 아이콘 '브브걸'의 경우에 거의 10년에 가깝게 무명으로 활동을 했다. 그 기간 동안에 히트는 못했지만 좋은 노래를 꾸준히 발표했다. 그리고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전국 군부대를 돌며 위문 공연을 했다. 심지어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백령도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마치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던 것처럼 꾸준히 덕을 쌓아왔다. 그리고 포기의 순간에 과거의 행적들이 특정 영상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다.
'브브걸'은 운이 '7'이고, 노력이 '3'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들의 노력이 작다는 게 아니라 엄청난 노력의 덕분에 그보다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운이 그녀들을 찾아온 것이다. 그 '7'이라는 운 속에는 본인들의 땀과 눈물, 노력,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녀들의 성공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과거를 알고 있고, 현재를 보고 있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어떤 가수가 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내 경우에도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정도는 아직 아니지만, 어쨌든 꽤나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남들에게는 단순히 운으로 보이겠지만, 내 과거의 행동들이 현재의 운을 가져다줬다고 확신하고 있다. 12~13년 전 나와 한 회사 한 팀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가 오랜 시간이 흘러 클라이언트가 되어 나를 찾아주었을 때 사실 적잖이 놀랐다. 과거 자신의 팀장에게 일을 의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그때의 복수를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니라면...) 그 당시 팀장과 팀원이었지만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조화롭게 일을 했던 기억에 나를 찾아주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한 회사의 직원으로 있을 때부터 꾸준히 협력사들과의 스킨십을 유지해온 결과 창업 초기 어려운 부탁들을 흔쾌히 들어주셨고, 그로 인해 초기에 자리를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행사들을 함께 하면서 항상 비용은 최우선으로 지급해드리면서 신뢰관계를 쌓아왔고 결국 큰 규모의 행사들을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로 협력사들에게 보답을 해드렸다. 만약 10년 동안 내내 갑질과 똥매너로 일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창업했으니 도와달라 했으면 아마 거들떠도 안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았을까.
아무런 노력도 안 했는데 그냥 순전히 운으로 성공한 사람. 아마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복권에 맞았다거나 코인이나 주식으로 대박 난 경우도 있기에 모든 공식을 여기에 대입할 수는 없다. 최소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쌓아놓은 그동안의 德이 운이라는 모양을 하고 몰래 찾아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력과 실력(기술)은 기본이다. 그것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상태에서 운이라는 녀석이 언제 나타날지 끈기 있게 기다리는 싸움이다. 그 싸움은 길고 지루할 수도 있다. 아니면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노오력이 부족해서인지 자책하지는 말자. 그건 내 힘으로 어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을 얻었으면 그때는 자기 자신을 믿고 당차게 밀고 나가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다음은 전혀 다른 영역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