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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저리 BOOKS

[저리 books] 눈 떠보니 선진국 #04_fin

'Deal' 권하는 사회

by 아이엠 저리킴

※ 본 내용은 IT 현자 '박태웅 의장'의 책 <눈 떠보니 선진국 : Already, but not yet>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해석한 글입니다.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을 원하시면 책을 구입하셔서 읽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Deal ?? Deal !!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의 주먹을 마주치며 협상이 성사되었음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이 행위는 단순히 비즈니스의 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심지어 서너 살 먹은 어린아이들 하고도 "내가 이것을 할 테니, 너는 저것을 해줄 테냐?"라고 묻고는 "딜?", "딜!"이라며 두 주먹을 부딪힌다. 세상에는 항상 상대가 있다는 것, 혼자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생활 속에서 일찌감치 깨우치는 효과가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영화나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청춘 드라마 같은 곳에서 가끔 '콜!'이라는 의미로 주먹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딜!'이라는 개념 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것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물건이나 비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의견도 '딜'의 영역에 포함이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유독 조선시대를 사랑하는 것 같다. 어디 감히 신하가 임금과 '협상'을 할 수 있으며, 양반과 머슴이 '조율'을 할 일이 있었을까? '타협을 하느니 도끼로 목을 쳐달라'는 선비의 굳은 절개가 지금도 추앙받고 있다. 그러한 조선의 유교 정신이 현대에까지 이르러 정상적인 '협상' 조차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여전하다. 어린아이가 친구와, 부모와, 선생님과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예의 없는 일로 치부된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윗사람으로부터 시킴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대의 아래서 윗사람과 '딜'은 원초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적인 측면에서 그 '몰협상'화가 유독 심해진다. TV 토론을 보면 이게 '토론'인가, '각자 입장 발표하기'인가 싶을 때가 많다. 토론이라 하면 각자의 주장을 들어보고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며 내 주장을 펼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이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TV에서 하는 토론에서 단 한 번도 상대방의 주장에 동조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일반적인 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또 어떠한가. 선배나 상사가 내는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량한 경험과 '라떼는 말이야'로 무장된 강력한 논리를 이겨낼 수도 없고, 이겨낸다 한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에 치열한 토론과 협상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익숙하고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정과 학교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가정이나 학교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이고 공동체인데, 거기에서부터 '고민'과 '협상'없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험하디 험한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여기 브런치에도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줄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많은 부분에 '딜'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내가 공짜로 얻는 게 아니라 조금의 노력이나 나의 양보가 있어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산 교육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그나마 사람이 되었지만, 중학교 내내 엄청난 방황을 했던 큰 아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툼이 있었다. '닥치고 이거나 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극도의 인내심으로 끊임없이 '협상'을 했다. 돌이켜보면 결국 거의 모든 '협상'에서 나는 패배했고, 아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엔 막무가내였던 아들이 나중에는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3년이라는 전쟁의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딜'을 했고, 이제 어지간한 일은 평화롭게 정리가 된다. 앞으로 수십 년 간 수많은 위기와 선택과 협상의 시간이 주어질 텐데, 그때마다 누군가 지시하는 것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결정하여 협의하는 아주 작은 리허설이 되었길 기대해본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뉴런처럼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 사회이다. 협상하지 않으면 혼자서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협상과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합리적 시민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상대의 말을 깊이 경청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안을 마련해 주먹을 부딪히는 경험을 어릴 적부터 해야만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박태웅 의장의 <눈 떠보니 선진국 : Already, but not yet>의 마지막 리뷰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오다 이제 겨우 완독을 했다. 물론 책에는 더 좋고 훌륭한 내용이 많지만 조금 전문적인 부분은 내가 감히 리뷰하기 어려워, 나에게 명확한 인사이트를 제공한 4가지 주제에 대해서 리뷰를 해보았다.


*리뷰 01 : 이제 '신뢰 자본'을 제대로 쓸 때다

*리뷰 02 : 띄어쓰기와 맞춤법 검사를 거부한다

*리뷰 03 : '왜'는 사라지고, '무엇을'과 '어떻게'만 남은 세상

*리뷰 04 : 'Deal' 권하는 사회



※ 이후에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책을 읽게 되면 <저리 book>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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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치기 협상의 달인 오바마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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