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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Nov 23. 2021

모두가 변해야 할 시기

갓연경의 트위터가 준 울림


한 커뮤니티에서 갓연경이 올린 트위터 글이라며 공유한 글을 보았다. 한동안 여자배구가 흥하다가 쌍둥이 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의 사건을 계기로 주춤하는 중에 이번에 또 김사니, 조송화 선수 등이 연루된 또 하나의 여배 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일파만파하고 있다. 김연경의 글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김연경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일구어놓은 여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말이 있다. 그나마 김연경이나 되니까 저 정도로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조직 내에서 힘도 없는 사람이 저런 말을 꺼냈다가는 스스로 왕따가 되는 결과를 맞이할 게 분명하다. 높아져가는 관심에 스스로가 뭐라도 된 것 마냥 거품과 거만이 끼게 되고, 결국 그것이 자신들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오늘 저 김연경의 글을 가져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 트위터에 적힌 김연경 선수의 7줄의 글이 요즘 내 마음을 100%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보았을 때 진심으로 내가 쓴 글인 줄 알고 여러 번 읽어 보았다. 최근 내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결정적 원인을 짧은 글로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미운오리새끼(2016-2017)에서 화려한 백조(2018-2019)로 변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조그만 스타트업에서 건실한 중견 회사로 변하는 과정에 모두들 신나게 일했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대회 같은 큰 규모의 대회를 한다는 것도 대외적으로는 꽤 큰 자부심이 되었다. 그렇게 힘든 줄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회사의 수익에 따라 꽤 많은 금액의 인센티브와 복지를 제공하였다. 


그렇게 2020년을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당연히 모든 행사와 대회는 사라졌다. 그렇게 축제는 끝이 났다. 2020년을 자잘한 프로젝트들로 힘겹게 연명하고, 2021년 초 글로벌 대회를 하나 진행하며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2021년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또 새로운 글로벌 대회를 진행하게 되었지만 지난 2년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남들은 이렇게 크고 화려한 대회를 하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그런다고 그 적자가 스스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또한 코로나를 겪는 사이 우리 내부가 얼마나 곪아 가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모든 직원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자잘한 문제가 있지만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는 사이 그 곰팡이는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고 결국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면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지금 우리의 상황이 딱 그렇다. 겉으로는 사옥을 올리고, 남들 다 일없다고 아우성치는 시기에 글로벌 대회를 2번이나 치르면서 많은 부러움과 시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인원들을 운영해 나가기엔 대회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대회를 거듭할수록 예산은 점점 더 타이트해지고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회사의 폭풍 성장으로 회사의 그릇이 많이 커졌고, 직원들도 많아졌지만 정작 우리는 그 그릇을 온전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을 하면 결국 힘은 힘대로 들고, 일의 성과는 성과대로 떨어지게 마련인데, 아직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

어제 우리 팀장하고 나눈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딱 이 문장이었다. 지금의 문제점과 비효율성을 타개하려면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하지 못하면, 그것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결코 우리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남들이 부러워하건 말건 우리 스스로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 그리고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변화가 어떤 방향이냐에 따라 우리는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도 있고,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의 길에 접어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와 기회를 잘 헤쳐왔던 수많은 경험과 행운에 취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의 미래만 보고 갈 예정이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나는 과감하게 여기서 이 배를 멈추고 말 것이다. 


김연경 누나(실제로는 동생이겠지만 잘 나가고 생각 깊으면 무조건 존경의 의미로 누나임)의 한마디가 오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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