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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r 11. 2022

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정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다수의 직원들과 카카오톡, 면담 등을 통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예상했던 대로 정치에 무관심했습니다. 어떤 이슈가 있는지조차 모르니 그에 대한 판단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었겠지요. 청년들을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그 나이 때는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 나지만 언론의 편향과 편파 왜곡은 여전합니다. 그렇기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혐오가 더 맞는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 '정치인 바뀐다고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어차피 다 그놈이나 그놈이나 다 똑같이 썩었는데...' 언론의 목표는 명확했고,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혐오로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대선을 마치고 헛헛한 감정을 담아 직원들에게 아래와 같이 장문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서 이곳에도 함께 공유합니다. 그동안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직원 여러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정치 이벤트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혼이 빠져나가 있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결과이지만 그래도 여러분들께서 모두 투표에 참여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마치면서 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적어봅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또 제가 너무 지나치게 정치에 몰입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이번에 몇몇 직원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거지만,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정치가 내 삶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모든 정치적 결정들은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장 최저 임금제,  52시간, 고용 유연제  여러분들의 근무 환경과 관련된 정책을 예로 들어보면, 이제 새로운 정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정책을 기업의 입장으로 되돌리겠다고 합니다.  중대재해 처벌법을 폐기하여 각종 산재 발생 ,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완화해주겠다고 합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위험한 업무에 대한 안전장치를 소홀히 하는 악덕기업들에게는 아주 좋은 정책입니다. 당장 여러분들께는 해당이  되겠지만 여러분의 친구, 지인, 가족들  누군가는 급여가 줄어들거나, 쉽게 해고되거나, 위험한 일을 당해도 산재 처리가 안되거나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저같은 기업인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정책입니다만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지난 2년간 잘 지켜온 우리 방역 체계도 영업 제한 등을 철폐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완전 개방 형태로 갈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사망자는 전체 인구의 0.3%인 백만 명에 육박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기준으로 하면 313명이고, 영국은 242명, 독일은 143명, 프랑스는 203명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18명 수준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상공인들의 희생이 기반이 되었지만, 그래도 유럽 선진국처럼 락다운 없이 이뤄낸 성과이고 전 세계적으로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입장으로 보면 새로운 정부에 소속된 인사들 중에 이스포츠와 게임을 중독 및 질병으로 인식하여 게임 산업 규제 법안을 발의한 인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스포츠를 주 업으로 삼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게임 산업의 위축에 엄청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도 언제까지나 이스포츠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장에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밖에도 청년 주거 문제, 부동산 문제, 기본 소득이나 기본 대출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건강 보험의 허용 범위, 노인 기초 연금 등 정치는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당장 나와 내 가족, 친구와 이웃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나보다 못한 자들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라는 유명한 철학자의 말이 있듯이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인 것입니다. 저만큼 몰입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여성에 관한 정책, 청년에 관한 정책, 의료에 관한 정책, 노인 복지에 관한 정책 등 내 삶과 직결되는 분야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제대로 된 언론이 없습니다. 그냥 정치인들의 흠결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얘기하니 정치 혐오가 생기는 것인데, 사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혐오를 가지게 만들어 정치에 관심을 끄도록 하는 것이 현 우리나라 언론사의 주요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던 여러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끄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과 측근들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보수나 진보나 마찬가지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격하게 칭찬해주고, 못하는 사람은 강하게 비판하고, 그래서 국민들을 속이거나 무시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들의 정책이 오직 국민들을 향하도록, 사회적 약자에 배려하도록,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모두의 관심과 감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저야 말로 지금 정치와 전혀 관계없이 살아도 무방한 사람입니다. 집도 있고, 피고용인도 아니요, 부모님 병원비 걱정할 일도 없고, 자녀들 교육비 걱정도 없는 그런 사람이지만 내 지인, 내 직원, 내 이웃과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가져 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회사 대표로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선배로서 드리는 간곡한 부탁입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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