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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09. 2022

대출도 능력이다.....?

중소기업 대표의 눈물겨운 대출 이야기

올해로 벌써 6년째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사실 대출을 연료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출이라는 녀석은 슬픈 이름이면서 한편으로는 힘을 주는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에 대출이 많다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출도 능력이라고 말한다.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오늘은 우리 회사가 시작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험했던 대출의 역사를 되짚어 보려고 한다. 이제 회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도 있고,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사람에게는 공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출의 시작

회사를 처음 시작한 2016년. 자본금 1억으로 시작한 회사는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자본금 잠식 상태에 빠졌다. 일은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일이 하나도 없었기에 들어간 노력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의 이익률이 발생하는 일들이 태반이었다. 자금이 고갈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출에 대해 알아보니 우리 같은 신생 회사에게 대출을 해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금융 설계사(라고 쓰고, 브로커라고 읽는다)를 통해서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에서 대출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 물론 내가 스스로 알아내서 갔었어도 대출을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당시 나는 초보 사업가로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시기인지라 그들의 도움이라도 받아 대출을 받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겼다. 그렇게 신보를 통해서 기업은행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초 첫 거래 은행은 신한은행)


한 번이 어렵지...

그 해 연말이 되자 대출받은 자금도 어느 정도 소진이 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집에 모아놓은 자금도 없고 하니 다른 대출 방안을 알아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서 창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비창업자부터 7년 미만의 중소기업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정부의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자금 대출 상담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상담 신청의 경쟁률이 높아 매월 1일 9시에 '땡'하고 들어가도 대부분의 날짜는 이미 완료가 되어있었다. 간신히 상담일 예약에 성공하고 구비 서류를 준비해서 담당관과의 압박 면접을 거치고 나서 추가로 1억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신보 대출의 경우 신보가 보증을 서고,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반면 중진공이 대출은 기관에서 직접 대출을 해주는 형태이다. 이 자금의 특징이라고 하면 대출을 받은 기업이 나중에 불가피하게 파산을 할 경우 대표자의 비위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대표자가 자금의 상환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파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횡령이나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표자가 자금을 상환해야 할 책임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대출의 세계 (담보, 마통, 지인 찬스)

두 번의 대출이 있고 나서 한 1년간은 그런대로 추가 대출 없이 꾸역꾸역 살림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초대형 이스포츠 대회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부득이하게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항공, 호텔 등 현지에 먼저 송금해야 하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거의 10억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했지만 수중에 가지고 있는 자금은 고작 2억에 불과했다. 모자란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녔다. (8억 부족)


가장 먼저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당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우리 회사에 신용으로 추가 자금의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내 아파트를 담보로 법인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추가 대출을 진행했다. 법인 대출의 경우 담보 금액의 80%까지 가능한 상황이라 당시 시세가 5억이던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4억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미 담보 대출로 잡혀있는 2억을 상환하고 딱 2억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아직도 6억 부족)


다음으로 신보에 다시 찾아가서 문의하였지만, 역시나 회사의 규모상 추가 대출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마이너스 통장의 개설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최대 2억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으로 극적인 합의를 보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신보에서 보증을 서고, 기업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었다. (아쉬운 대로 4억 부족)


이번에는 가장 만만한 상대인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빌려보기로 했다. 원래 가족 찬스는 맨 마지막에 쓰는 거라했지만 나에게 그런 한가함은 주어지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였지만, 아버지의 탐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이내 포기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는 내심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빌려주시길 기대하셨으나 가족의 평화를 위해 내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자식한테 돈 빌려 주고 나서 돈 잃고 자식 잃은 경우를 자주 보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후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인근에 사시는 친척 할머니께 돈을 빌려서 주려고 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 할머니께서도 돈을 빌려주신다고 했었으나 이미 내가 자금을 다 마련한 뒤였기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아무튼 아직도 4억 부족)


제도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이미 다 알아본 것으로 판단되었다. 정말 심각하게 사채라도 알아봐야 하는 심정이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여러 방면으로 자금을 알아보고 있던 중, 친하게 지내는 거래처 대표님들 중 무려 2분께서 고민도 없이 각각 2억씩 단기 대출을 해주신다고 했다. 글로 쓰다 보니 이렇게 간단히 두 문장으로 끝나지만 얼마나 큰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었는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딱 2달 안에 갚는 것으로 약속하고, 각각 2억씩 대출을 받아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10억의 자금을 거의 다 소진할 때쯤 가까스로 클라이언트로부터 선금을 받았는데, 달러로 받은 그 돈을 바로 환전해서 2명의 대표님께 바로 2억을 송금해 드렸고, 이후 큰 선물로 그 믿음에 보답을 했다. (미션 완료)


항상 부족한 운영자금

그렇게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여 지인 대출도 갚고, 마이너스 통장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그 뒤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이 잘 간직하고 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큰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자금이 항상 부족했지만 지난번 프로젝트로 인해 은행과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비교적 대출의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프로젝트 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추가적인 단기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프로젝트 종료 후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제도권 내에서 꾸준히 대출을 받으며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커지는 대출의 스케일

그렇게 2019년의 대형 프로젝트를 모두 끝내고 나니 회사의 매출이 어느덧 100억대를 넘어갔다. 특히 그중 70% 이상을 달러로 받게 되자 회사는 은행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눈여겨보던 꼬마빌딩을 매입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하자 은행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또한 우연한 기회로 중진공에서 지원하는 시설자금대출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비교적 저렴한 이율로 사옥 매입 자금의 절반 가량을 중진공의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즉, 절반 정도는 은행의 자금으로, 절반 정도는 중진공의 자금으로 대출을 받게 되어 대출 이율을 상당히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중진공의 시설 자금 대출은 중도에 일부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당장에는 저렴한 이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그렇게 사옥을 매입하면서 수십억 규모의 대출을 가진 빚부자가 되었다. 대출이 점점 늘어나자 점점 대출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회사의 매출이 6개월 동안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되었다. 매입한 사옥의 리모델링 비용만 해도 거의 8억 이상이 들어갔는데, 은행에서는 리모델링을 한 만큼 건물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공사 비용의 최대 80%까지 추가 대출을 받아 코로나로 잠시 부족해진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였다.



또 신보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게 추가 대출을 해주겠다고 하며 직접 사무실에 찾아왔다. 회사의 매출과 신용도를 고려하여 추가로 3억의 운영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여, 고민도 없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언제 어떻게 자금이 필요할지 모르니 이자를 좀 내더라도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상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0년을 간신히 버텨내고 2021년에 대형 프로젝트 2개와 여러 가지의 중소형 프로젝트 진행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회사의 대출 규모는 수십억에 달한다. 남들이 보면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사실 회사의 잉여 자금과 건물의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그렇게 많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또한 대출에 대한 이자도 한 달에 족히 천만원이 넘는 금액이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우리가 사용하는 사무실의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이자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대출이자 < 월 임대료(우리가 사용하는 사무실의 임대료 포함)


대출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따라 대출을 대하는 자세가 형성된다. 빚이나 카드 값은 빨리 갚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가졌던 내가 어느새 수십억의 부채를 가진 회사의 운영자가 되었다.  처음 집을 장만하던  5천만원 대출을 받았을 때의 두려움은 이제  옛날의 이야기이다. 그때는 내가 돈을 통제할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면, 이제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통제를   있는 기능을 탑재하여 두려움보다는 경외심을 가지는 입장이 되었다. 누구보다 작은 돈에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실로 엄청난 규모의 대출도  컨트롤할  있게  이라고 믿고있다. 앞으로 살면서   대출을 하게  수도 있고, 빠르게 갚고 대출을 줄여나갈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런 방향은 당시의 상황이 만들어 주는 것이기에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항상 미리 준비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뜻밖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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