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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07. 2022

쉬운 길 vs 어려운 길

중소기업 대표가 성대 결절을 달고 사는 이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인구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무조건 내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누구도 정답이 아니고, 누구도 오답이 아니다. 그저 각자 자신의 길이 있을 뿐이다. 쉬운 길을 두고 매일 어려운 길만 찾아가는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쉬운 길로만 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회사를 처음 다닐 때부터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왜 협력사들한테 그렇게 어렵게 부탁하냐?'라거나 '밑에 애들한테 뭘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냐?'와 같은 황당한 이야기였다. 쉽게 말해 그냥 '까라면 까' 정신에 입각해서 적당히 말하고 알아서 하도록 하게 하라는 것이다. 물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그것만큼 쉬운 길은 없다. 대충 설명하고, 제대로 못하면 '쪼인트'를 까고, 저녁에 술 한잔 마시면서 풀어주는 전통적인 길들이기 방식이다. 이 방식은 매우 쉽다.


좋게 이야기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지랄'하면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는 일인데, '설명'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럭'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매우 단기적인 효과이고, 보이는 곳에서만 하는 척하는 치명적인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 몸은 하나이기에 나는 모든 것을 다 지켜볼 수 없다. 내가 지켜보던, 지켜보지 않던 상관없이 나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감과 신뢰가 중요하다. '지랄'은 짧고 쉽지만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인 효과이고 오히려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고,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 직원은 몰래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물론 직원이 떠나면 또 새로 뽑으면 된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인위적으로 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한 그러한 노력은 얼마든지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연속성이다.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에너지 소모가 훨씬 줄어들 수 있고, 그것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기존 프로젝트에 새로운 직원을 투입하게 되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을 해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모두에게 소모적인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노력하는 일이 어찌보면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만약 처음부터 쉬운 길을 택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은 내가 꾸준히 쌓아온 관계와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 그에 따른 합당한 분배와 배려,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성과이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정말 오만가지 갈등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회사와 직원은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때마다 '닥치고 까라면 까'의 태도가 아니라 항상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갈등의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현재 나의 목 상태는 벌써 몇 년째 성대결절을 달고 사는 신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대표들처럼 혹은 나의 선배들처럼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쥐 잡듯 들들 볶고, 직원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는 그런 쉬운 방법으로 살아오지 않았기에 간신히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지금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도 항상 처음처럼 열심히 일하고, 진심으로 배려한다면 지금보다 더 크고 멋진 회사가 되어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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